오래된 친구

강경호

내 맘에 맞는 키와
생각의 색깔이 같던 고향 친구
학교를 졸업하고 30년만에 만났지만
육군 말뚝 상사로 붙박히도록
새초롬히 숫기 없는 얼굴이
거울 속의 나다

그와 하룻밤 회포를 풀고 사나흘이 지나
바지가 바뀐 것을 알았는데
그는 아직도 옷이 뒤바뀐 줄 모른다

며칠씩 입어도 내 몸 같은 사람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치수와 색깔이 같은
내 오래된 친구.

- 시집 「휘파람을 부는 개」에서, 엄기원 선정 -

강경호 
 
° 1958년 전남 함평 출생.
°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1996년 계간 『시와 사람』창간.
° 시집「언제나 그리운 메아리」「함부로 성호를
    긋다」외.
    연구서 「최석두 시 연구」
    문학평론집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기행에세이집 「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