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에서

 -나의 존재론-

김석호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생일

한바탕 축하파티로 왁자지껄 하다가 쥐죽은 듯

고요히 깊은 밤, 달빛 혼자 노니는 거실에 조용히 나왔다

커튼을 내려 한 결 어두운 공간에 촛불을 켜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

내 앞에 가물가물 타오르는 촛불

그게 바로 나였다

그런데 조금 전 어두울 때 보이지 않았던 한 자루 초

그것도 바로 나였다.  출생 전 나는 이미 그렇게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 초 한 자루

살면서 나는 점점 작아져서

어딘가로 자꾸만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 타서 꺼지면

영영 보이지 않는 초 한 자루

언젠가 나도

그런 순간을 맞으리라 
                                          
김석호 

한국교단문학으로 등단

한국교단문학상 수상

한올문학상 수상

상록수문학 주간 및 작가 회장

서울문예 회장

한국아동문학연구회 중앙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시분과)

시집 「바람꽃 피는 화원」

동시집 「엄마가 제일 예뻐야 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