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옥

함안군 대산면 부목리 부촌부락
복사꽃 같던 스무 살 초록 꿈을 안고서
상큼한 사과향 나는 아이들을 만났네

머루빛 눈동자로 수줍은 웃음으로
살며시 다가와 따습게 손잡던 날
초겨울 너른 들판엔 보리가 더 파랬다

솔방울을 주워서 난롯불을 지피고
양은 도시락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마음이 가둑한 성찬 나눠먹던 시간들

새 봄 땅내 맡은 여린 쑥을 캐다 놓고
갓 낳은 달걀하나 내 손에 쥐어주며
선생님 천사같다고 너무 좋아한다던

코흘리개 아이들 지금 다 어디 가고
낡은 풍금소리 바람만 소슬한데
오동잎 떨어지는 밤 아려오는 인연들

* 1970.11.11 경남 함안군 대산면의 첫발령지

서일옥

199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그늘의 무늬」동시조집 「숲에서 자는 바람」외

마산시문화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수상.

문협 이사. 경남문학관이사. 창녕교육지원청 교육장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