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라이 수학 선생

문 정 희

선(線)하나 그려놓고

이거 정말 맞지라이? 하실 때

고개 숙이고 쿡쿡 웃었어요

이북이 고향이라는 것 잘 알면서도

칠판 위에 숫자 하나 올려놓고

거칠거칠한 사투리로

작은 가슴들을 흔들어 놓을 때는

창 넘어 햇살과 눈 맞추며

애써 당신을 외면했었지요

장미꽃 매화꽃 피고 지고

주민등록상 버젓이 엄마가 되어

부뚜막에 앉아

부지꺵이 흔들어대고 있을 때

불쑥 날아든 메시지 한 장

맞지라이 수학 선생 하늘로 가다

천만리길 가신 것 거짓말 맞지라이?

왜 곡선으로라도 땅 위에 남아 있지 않고.

- 시집 「부드럽게 부드럽게」에서, 엄기원 선정

문정희 약력

·서귀포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문학박사)
·2002년 <시세계>에 <내가 늙으면> 외 4편의 시가 당선 되어 등단
·시집으로 「내가 좋아하는 이름 지금 말할까」「우리 마주 보며 웃었다」「귀연」「부드럽게 부드럽게 부드럽게」
·산문집으로는 「누구나 떠나 사는 사람들이련만」「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현재 경기대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