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광장] 교장이 교사가 될 때
기사입력 2025-04-11 10:26 | 최종수정 04-11 10:26
 

▲ 광주 진제초등학교 교사 김승중

'선생님, 선생님 교장선생님이었어요?'

', 그렇게 생각해'

'선생님이 아까 뭐 설명할 때 교장선생님이라는 말을 몇 번 했어요'

'내가?'

그렇다. 개학 첫 날, 반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나를 언급할 때 교장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나보다. 내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후로도 몇 번 내 입에서 나와버렸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그냥 얼버무리면 아이들은 금세 잊어버린다. 아이들에게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4년의 교장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오랜만에 맡는 담임이 무척이나 낯설기만 했다. 마치 신규교사와 같은 마음이었다. 2월 새학년 준비기부터 시작된 새학교의 시작부터 낯설었다. 그 낯설음은 곧 부족함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옆의 동료선생님들이 나의 딱한 처지를 이해해주는 지 참으로 열심히 도와주었다. 난 그들이 하는대로 열심히 따라가기만 급급했지만 그렇게 나의 교사역할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데 첫 날부터 아이들과의 이야기에서 교장이라는 호칭을 쓰고 말았다. 내 안의 교장물을 빼는 데 시간이 좀 걸리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살다보면 교장물 빠지는 것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와서 아이들 기다리는 것이 좋은 학급운영의 시작이라는 생각에 일찍 들어선 교실의 공기는 나름 나쁘지 않았다. 역시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교실이 아이들로 가득 들어찬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남자선생님을 담임으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녀석들도 긴장을 잔뜩하고 왔었다고 한다. 남자선생님은 무섭다라는 편견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하루이틀만에 끝났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착하다'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착하다'라는 말은 어휘가 그렇게 풍부하지 않은 아이들로서는 대단한 칭찬이고 일단 '맘에 든다'라는 말과 같다. 보통 이럴 때 교사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무서울때는 엄청 무서워'라고 말이다. 나는 어떻게 말했냐 하면 '착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선생님이 계속 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렴'하고 말했다. 그 말이 그 말이고 오히려 꼽씹어보면 더 무서운 말이라고 동료 선생님의 말에 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여느 선생님들과 다름없는 보통의 담임선생님으로서의 패치를 단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한 아이가 사고를 쳤다. 학교에서 원래 유명한 아이라는 이야기만 전해들었고 내가 그 아이 담임이 되는 순간 다른 모든 선생님들은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한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나마 교장을 하면서 별의 별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익힌 내성이 있어서 그런지 그 전보다는 차분하게, 그리고 좀 더 객관화된 시각속에서 아이와 사고를 대하는 요령이 생겼다. 예전같으면 '죽일 놈 살릴 놈'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훌륭한 교감선생님이 계셨다. 단 며칠 사이에 입장이 바뀌어서 그 훌륭한 교감선생님의 도움으로 어려운 아이를 지도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역시 그동안 내가 주장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교장, 교감의 역할은 교사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교사로서 느끼게 되었다.

교장에서 교사로 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낯설어했다. 한 번 교장은 영원한 교장이라는 인식하에 교사로 다시 간다는 것은 꽤 특이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교육청 인사에서 평교사를 교육장으로 임명했다. 인사로 망할 수 있을 것 같고 망하기 일보직전인 현 교육감의 인사정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파격 인사였다. 이를 보듯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교장이 교사를 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으면 한다. 공교육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가장 유의미한 조치는 학교의 교장이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담임교사로서 내일을 준비한다. 아이들과 어떻게 하루를 또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면 때론 머리도 아프지만 꽤 즐겁고 멋진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교장이 교사가 될 때 우리 공교육의 변화는 시작이 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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