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칼럼]- ‘질문’과 ‘협업’ 능력 증진, AI시대 학교교육의 핵심이어야
기사입력 2024-12-20 10:59 | 최종수정 12-20 10:59
 

▲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인공지능(AI) 시대, 우리의 학교교육의 핵심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AI 시대에는 질문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학교에서 이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이는 최근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 교수는 교육자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 대신, 아이들의 잠재적 역량을 끌어내는 교육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주입식 입시교육과 획일적 사고에 익숙한 우리의 교육 체제를 뛰어 넘으려면 경쟁교육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협업 능력의 증진 역시 자명하다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교육비전과 교육목표를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 한동안 유효했던 교육관이 이제는 시대의 낡은 유물이 되어 가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은 성경에서나 등장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만이 살 길이라는 말이다.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도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변화라 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이 새로이 지향할 바는 무엇인가?

 

학교는 아이들을 교육하려고 만든 곳이 아니라 어른들이 편해지려고 만든 곳이에요. 학교를 좀 더 병원처럼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관심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의사가 환자를 대하듯이, 선생님은 학생 개개인의 정서적인 욕구와 학습 궤적을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그렇게 해서 개인에 맞는 전략을 고안해낼 수 있도록 말이죠.”(세계의 교사, 2024.)

 

위의 말은 한때 세계의 교사후보에 오른 지앙 쑤에친 이라는 중국인 교사의 말이다. 그는 신선한 통찰과 현실적이고 사려 깊은 생각과 실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교육 과정에 의문을 품는 동시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이해했으며 질문을 바탕으로 삼아 더 잘 관찰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주변 세상을 더 민감하게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여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사유하는 교사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견지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아이는 백지상태와 같다는 말이 틀렸다고 말하며 모든 아이는 자신에게 고유한 성격을 지닌 영혼임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교실에서 모두 다 같이 책을 읽도록 격려하고 아이들이 비판적인 독자가 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이런 역할이 마치 건물을 지을 때 비계가 하는 역할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지앙은 교육제도에 마술 지팡이를 휘둘러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딱 한 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협업을 증진하는 일이요. 개인의 성취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죠. 여러 기술을 겸비한 다양한 사람이 모일 때, 바로 그때 창의력을 발휘할 수가 있어요. 그러면 성공을 거둔 창의적인 사람들이나 기업가가 되기도 하겠지만, 나아가서 올바르게 발달한 인간이 될 수가 있어요.” (위의 책, 2024.)

 

이는 우리 교육이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지, 또 어떻게 해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지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말이다. 질문은 유대인의 하부르타교육의 핵심이다. 세계 0.2%의 인구로 노벨상의 20% 이상을 차지한 유대인의 저력은 바로 질문과 협업에 의한 교육방식의 고수였다. 질문하고 연대와 협력을 증진하는 교육방식은 이제 다양한 교육 시스템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거나 이미 실행 중인 IB(국제바칼로리아) 교육의 도입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이로써 미래 우리 교육개혁의 방향은 명백하다. 잠자는 교실, 공교육의 붕괴는 근본적으로 파헤치면 바로 질문이 없고 각자도생의 경쟁에만 치우쳐 협업과 공존의식이 결여된 채 오직 개인의 출세와 성공 지향의 교육가치의 추구에서 나온 결과임을 우리 교육은 뼈저리게 되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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