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준호 대전 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높은 교육열로 유명하며,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2022년 기준 월평균 아이 1인당 사교육비는 43만 원, 가구당 사교육비는 60만 원을 넘었지만, 정작 중고등학생들이 학업에 몰두하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역설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우리나라에서 우울, 불안, 품행, ADHD, 불면증으로 인해 소아정신과에 방문하는 환자는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4년 전에 비해 64%의 아이들이 더 늘어났다.
경쟁적인 입시 환경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지우며, 학부모들은 학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점점 일찍부터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 하지만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부터 시작된 과잉 투자로 인한 스트레스는 학생들에게 학업 무기력증을 초래한다. 아직 목표 의식이 없는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내 아이와 공부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초등학교 때 학교 시험도 부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위치가 어딘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파격적인 정책으로 오후 5-6시까지 학교 내의 생활을 추천한다. 정규 교과과정이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고 학교 내에서 1시간 이상 놀이시간, 1시간 이상의 예체능 시간, 가능하다면 1시간의 동아리 시간을 하길 권한다. 그렇다면 따로 사교육 하는 것이 줄어들고 아이들도 웃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학업 무기력증과 심리적 요인은 연관된다. 청소년기에 자아정체성 형성과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학업 외에도 개인의 적성과 관심사를 탐구할 기회가 중요하지만, 과도한 학습 압박은 이를 방해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초반부터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변에 많은 아이들이 짜증이 늘고, 부모와 갈등이 심해지고, 의욕이 저하돼 다니던 학원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 우울·불안 때문에 학생들은 학업에서 멀어지며,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 아이의 성격과 행동이 변했다면 무조건 요즘 세대 소아청소년기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소아정신과에 데려가야 한다.
가정 내 학부모와 학생 간 갈등도 문제다. 부모는 투자한 만큼 성과를 기대하지만, 학생들은 학업 성취에 대한 부담과 무기력감 속에서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 중·고등학교부터는 공부 위주의 진로에서 벗어나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탐색하는 게 정상이다.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 시스템의 전반적 개혁이 필요하다. 수시(학교 내신)보다는 정시 비중 확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공평하기 때문이다. 학과별 유능한 인재를 뽑으려면, 전국 단위 대회를 열어 그 과목을 잘하는 인재에게 가산점을 주면 된다. 학교·학과별로 기본 수능을 보지만 학과에서 필요한 과목의 가중 평균치를 부여함으로써 전공과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교육은 '많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변화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학업 외 다양한 경험과 성공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학업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학습무기력증에 빠졌다면 반드시 가까운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울증이든 불안증이든, 강박증이던, 불면증이던, ADHD이던 문제를 해결한다면 개개인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인관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