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 하겠습니다” 이는 몇 해 전에 이미 고교 자퇴생의 증가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의무 교육인 중학교를 마치고 고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를 치른 시기에, 그리고 이후 겨우 버티다가 결국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강제로 부모의 손을 이끌고 자퇴를 하겠다는 고교생들의 증가는 이 나라 교육제도의 불가피한 후유증 중의 하나이다. 무조건 이를 막는 명분도 약해 고교생들의 학업 중단에 대한 불안한 예감은 그렇게 싹트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놓고 “학교를 자퇴시켜 주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야!”라고 공공연히 부모를 압박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하듯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떤 책임도 감수하고 자퇴를 시켜야 두 다리 펴고 살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부모의 고민이 늘고 있다. 이제는 고교 2학년생들도 부모를 조르기에 막무가내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020년에 중학교에 입학해 비대면 수업에 익숙한 이른바 ‘코로나 세대’다. 이들은 한마디로 대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적, 교우관계, 규칙 적응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학업 중단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동아일보(2024. 7.22)가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고교 2379곳의 학업 중단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퇴, 무단결석, 퇴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이 2만5792명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체 고교생(127만6890명)의 2.0%에 해당한다. 일반고는 지난해 1학년 학생만 2.6%(9646명)였다. 보통 이 비율이 2%를 넘으면 학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학업 중단의 경우 17개 시도에서 2020년 2% 넘는 곳이 한 곳도 없었지만 2021년 1곳, 2022년 6곳, 2023년 11곳으로 급증했다. 전체 고교생의 자퇴 비율도 코로나 이전 1.7%였다가 코로나시기인 2020년에 1.1%, 2021년 1.5%, 2022년 1.9%로 증가했다. 왜 이렇게 학교 이탈에 가속도가 붙은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성적 지상주의에 의해 학교가 운영되고 학생과 교사 간의 소원(疏遠)해진 정서적 유대감, 그리고 학교의 역할과 기능이 급격히 약화된 것에 기인한다.

이러한 ‘탈(脫)학교’ 흐름은 이제 과거에 비해 특정 지역이나 특정 학교를 넘어 전국적으로 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거세지고 있다. ‘학교 수업이 지루하다’ ‘공부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등의 학교생활 부적응의 증가 때문이다. 이는 언뜻 보아도 학교에 다닐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당시 학교 없는 일상을 경험한 학생들이 기계적인 줄 세우기가 전부인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인 ‘왜 학교에 다녀야 하나’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획일적 교육에 대한 염증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학업 중단 학생이 늘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는 학력 격차를 부추겨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세습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이 증가한다. 국가적으로도 가뜩이나 부족한 인적 자원에 대한 손실이 막대하다. 특히나 학령인구가 날로 감소하는 상태에서 증가하는 학업 중단 학생은 학교의 존재 이유를 갈수록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제 학교는 학업 중단 학생들을 붙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는 경쟁력을 키워 다양한 학생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 저마다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조적인 탈바꿈을 해야 한다. 둘째, 학교생활이 즐겁고 만족스러워 학교 가는 것이 행복한 일상으로 이어지는 민주사회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셋째,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가르치고 타인을 돕고 봉사하는 생활 속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넷째,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체험(경험) 중심 교육을 하되 여기에는 학생들의 모든 실수와 실패를 넓게 포용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학교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섯째, 학교는 인간존중을 가르치고 실현하는 곳으로 학생을 어떤 수단이 아닌 최고의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이러한 몇 가지 정책 시행만으로도 더 이상의 학교 중단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이것이 학교가 사는 길이고 학교 변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그만큼 더 좋을(The sooner, the better)’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