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호 창원국립대 스마트그린공학부 교수
글로컬대학 사업으로 대학가가 떠들썩하다. 혁신에 나서는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선정해 각 학교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사업이다. 2026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하는데 2023년에는 10개교를 우선 선정했다. 도내에서는 경상국립대가 우주항공 및 방산 특화를 주요 내용으로 선정되었다. 교육부에 의하면 혁신안의 실현 가능성, 지역 발전 전략과의 연계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의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되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인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1980년 1440만명에서 2023년 730만명으로 감소했다.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그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인구 구조의 급변 또한 급격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는 전국에 학생이 많았고 대학 입시 경쟁은 치열했다. 이 때도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예상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기에 부실 사립대학들이 전국에 크게 늘어났다. 이는 1995년에 도입된 ‘대학설립 준칙주의’ 때문에 가능했는데, 이는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의 최소 요건만 갖추면 비수도권에서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 ‘대학설립 준칙주의’ 때문에 전국에 부실대학이 양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김영삼 정부의 매우 큰 실책이라 할 수 있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013년에 들어서 정부는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폐지하고 과거 허가제로 돌아갔다. 교육부에서 교사, 교지 등의 설립 요건 뿐만 아니라, 학교 경영 계획, 교육과정, 재정운영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엄격히 심사하여 대학 설립 허가를 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설립된 대학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령인구가 몇 년 사이에 반토막 나는 현실 속에서 우리 나라는 설립된 대학을 폐교하고, 기존 대학의 정원을 크게 줄여야 하는 상황에 닥쳐 있다.
대학은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학생, 교직원, 교직원 가족 등을 포함하여 수 천에서 수 만까지의 인구를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연구개발 및 산학협력을 통하여 지역 산업을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고, 전문 분야 교육을 통한 산업계 인재를 배출하여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므로 대학의 입지 및 위상은 지역 균형발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안타깝지만 현재 국내 대학의 분포는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보다는 수도권 과밀화를 더 촉진하도록 되어 있다.
이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여태까지 해법을 제시한 사람은 없다. 아마도 글로컬대학 사업 또한 비수도권 대학을 선택 및 집중 육성하여 대학의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글로컬대학이 그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짧은 시간 내에 급속하게 성장한 우수 대학들의 사례를 보면 안정적 재원 투입과 우수 인재 유치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글로컬대학은 학교당 5년에 걸쳐 1000억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지만, 막상 선정이 되더라도 사업 종료 후에 후속 사업이나 예산의 확보 가능성은 알 수 없다.
대학이 급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 및 시설의 유치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 재원이 필요하다. 사업성의 단기 예산이 얼마나 많이 지원되건,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비수도권 대학을 육성하여 지역 균형 발전및 지속 가능한 국가로의 전환에 기여할 수 있게 하려면 글로컬 사업과 같은 단기 사업성 지원이 아니라 법적 근거를 가진 안정적 재원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