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진료를 거부하고,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하고, 교수들까지 집단으로 사퇴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의대 정원 2천명을 확대하고 아예 어느 학교 몇 명인가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해서 발표했다.
의료계의 반발을 무시한 ‘정부의 독단’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 대다수가 ‘의료계의 반발’에 다시 ‘반발’했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의 주장도 일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다소 의구심이 생긴다.
정원을 확대하기 이전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과대학 정원을 보면, 전국 의대 정원 3,058명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1,033명(33.8%), 비수도권은 2,023명(66.2%)이다.
증원 2천명 인원 배분으로 가면, 수도권은 361명으로 18%, 비수도권은 1,639명으로 82%를 차지한다.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증원이 되고 난 후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과대학 정원은, 전국 5,058명 중 수도권은 1,394명으로 27.6%, 비수도권은 3,662명으로 72.4%에 이르게 된다.
1차적으로 본다면, 현재 수도권보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에 좀 더 많은 의사가 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2014~2023년 지방 의대 졸업생 19,408명 중 46.7%(9,067명)가 수도권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았다. 수도권 의과대학을 졸업한 학생은 거의 대부분 수도권에서 인턴 과정을 밟았다. 쉽게 예를 들어, 울산대 의대 졸업한 학생은,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한다는 당연한 얘기다.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 중 90%가 수도권에서 인턴 과정을 밟았다. 강원권 의대 졸업생의 69.2%, 충북 65.9%, 충남 62.8%, 광주 52.0%, 전북 50.4%, 제주 49.4%, 대전 44.2%, 부산 40.0%, 대구 30.4%, 경남 24.4%가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탈했다.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졸업 후에는 결국 서울로, 수도권으로 (돌아)간다.
낙후된 의료 서비스는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의과대학은 지방에서 졸업하고, 병원 취업, 개업은 수도권에서 한다.
의대 정원 확대도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쪽이 훨씬 더 심각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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