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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의 어느 날, 거주지 인근의 공원을 걷다가 눈앞에 펼쳐진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대로(大路) 중앙에 공원과 연결된 횡단보도에서 20~30명의 5~7세 아동들이 한꺼번에 왁자지껄 떠들며 무질서하게 횡단보도를 달려서 건너는 것이었다. 인근을 지나던 몇몇 사람들은 “와~ 이게 무슨 일이지? 아이들이 사고 나면 어찌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는 순간 몸에 밴 습관으로 지도교사를 찾았다. 그런데 두 명이 아이들 뒤에서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따라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관련이 없는 보행자로 여겼는데 공원으로 건너와서는 아이들 앞에 멈춰 인솔하고 이동하는 것이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사실을 강하게 의심했는데 문제는 연이어 발생했다. 공원을 1바퀴(1.6킬로)를 돌아 다시 눈에 마주한 아동들은 평지와 차별해 높게 만들어 놓고 나무를 심어 놓은 둥그런 공간에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놀고 있었다. 그중에는 울퉁불퉁한 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역시 순간적으로 지도교사를 찾았다. 그런데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두 명의 교사는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서로 눈을 마주보고 대화에 열중이었다. 아이들은 거의 방치한 채 제각각 놀고 있을 뿐이었다.

야외활동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정서적 안정을 기르는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운영한다. 매주 이루어지는 활동이기에 아이들도 교사도 익숙함에 젖어 별일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지배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사고는 예고하지 않고 찾아온다. 특히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동들은 순간의 충동과 경험, 인지능력의 부족으로 늘 예기치 않은 사고에 직간접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때 지도교사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해 사고로부터 안전은 물론 생명까지 구하는 상황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의 37개월 된 손녀는 어린이집의 화장실에서 아동들끼리 양치질을 하다가 어떤 연유인지 한 남아가 팔뚝을 물어 선명하게 자국을 남긴 채 하원을 했다. 응급조치로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주었다는 담당 보육교사의 말에 평소 신뢰관계를 고려해서 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퇴근한 후에 이를 직접 확인하고 얼굴이 아니기에 다행이라 말하면서 학부모 단톡방에 이를 공론화하여 주의를 환기하고 가해자의 모(母)로부터 사과를 받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처럼 민감한 소소한 사건에 만약 자기 아이에 대한 ‘과잉 애정’으로 상호간의 거친 말로 대응했다면 심각한 아동 폭력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작금의 초중고 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처럼 고소와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을 두고 여·야간에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그동안 2년의 시간을 두고 묶였던 법안이 5인 이상 직장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사고예방에 대한 의식의 제고가 요구된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도 불사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소중한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자기중심적인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지다 보니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라 할 것이다.

아동을 만나고 교육하는 기관의 교사나 어른들에게 매 순간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지금까지 없었기에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생각은 구태의연한 매너리즘의 발상이다. 앞으로는 유·보통합과 늘봄교실 운영으로 아동 안전교육의 매뉴얼은 강화될 것이다. 교사들의 지도역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순간의 방심에서 오는 안일함과 안전사고에 대한 무감각이다. ‘사후 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등의 교훈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은 이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아동 교육에 순간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재해와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긴다. ‘방심하면 큰 코 다친다’고 하지 않는가. 공든 탑을 쌓기는 어렵지만 이를 허물기는 순간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교육활동을 위해 2024년 새 학년에는 모든 아동을 만나는 교사들은 이를 가슴에 새기고, 관리자는 이를 수시로 확인함으로써 안전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