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谷 전재학
前 인천산곡남중 교장
최근에 은퇴한 어느 교수의 발언이 교육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빨리 은퇴하길 잘했지. 이제 인공지능(AI)이 쓴 글을 학생들 리포트라고 모른 척하고 채점해야 하니 그 꼴을 어떻게 볼 건데.” 그렇다. 이미 현실화된 위의 사실은 대학교수들뿐만 아니라 중등교육에도 그 여파가 심각한 편이다.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점수를 매겨야 하는 중고, 대학의 교사(교수)들은 고민이 깊어진다. 그동안 표절시비를 막기 위해 ‘카피큘라’라는 걸 만드는데 엄청난 고생을 했는데 이제 챗GPT 등장은 ‘멘붕’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컴퓨터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바이러스, 해킹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처럼 이제는 챗GPT 생성 리포트는 단 한 글자만 바꾸어도 표절률이 0%로 둔갑한다고 한다.
“이제 또 한 번 새로운 세상이 온다.” 이는 최근에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바로 챗GPT의 위력을 두고 한 말이다. 이는 MS도 챗GPT를 장착해 협업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선언으로 이어졌고 세상은 그 변화에 온통 주목을 하고 있다. 그동안 거의 독식으로 승승장구한 구글도 ‘바드’, ‘메타’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공지능(AI) 경쟁에 돌입했다. 이제 인공지능 생태계의 진화는 일방적으로 검색하던 시대에서 우리가 직접 AI와 대화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최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AI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어쩌면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왜냐면 인간은 ‘대화하는 동물’이기에 대화는 본능이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대화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챗GPT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
과거 인간이 인간과 대화하던 세상이 이제는 인간과 AI가 대화하는 관계로 진화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역사를 거슬러보면 인간 최초의 기록이 모두 ‘대화집’이라는 사실에 그리 놀라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인쇄술과 다량의 도서 출판으로 인해 인간은 독백의 모놀로그로 바뀌었고 교육방식 역시 그런 범주에서 맴 돌아 교사가 혼자서 말하고 설명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우리의 학교처럼 거의 교사 혼자 말하고 학생은 듣거나 잠자는 교실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챗GPT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려 5조 개의 글을 읽고 스스로 딥러닝을 하여 내공을 쌓았다고 한다. 챗봇은 그만큼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와 지식을 전해주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인간과 인간 간의 대화에서 발생하는 모든 감정의 대립과 오해, 불상사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도 존재한다. 이는 우리 교육에도 이제는 오지선다형 ‘정답 찾기’ 방식을 종식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진화하는 챗GPT는 인간보다 약 2,500만 배의 연산력을 가지고 있고 차후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면 그 상상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그렇게 되면 현재 글쓰기 단계에서 앞으로는 정치·경제 등 사회적 이슈를 완전 독점 내지 농락하는 수준으로 변모할 것이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챗GPT의 진화로 객관식 정답 맞히는 교육의 종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식과 정보가 밥 먹여주는 시대도 다 지나가고 있다. 또한 지식인을 자처하면서 알량한 지식으로 무장해 마치 ‘선무당 사람 잡듯이’ 일방적인 지식과 정보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판 소피스트들도 사라져갈 운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역시 대답은 ‘대화’이다. 비록 대화의 상대가 사람이 아닌 챗봇으로 바뀌지만 중요한 것은 대화의 질과 수준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다시금 강력한 교육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질문이 오가며 ‘온전한 앎’의 수준으로 변화하는 것은 이미 유대인들의 하부루타 교육방식이 대표하고 있다. 세계인구 0.2%의 유대인이 노벨상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비결, 그것은 바로 대화와 토의·토론을 이끄는 질문하는 교육에 힘입은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질문하는 교사이고 더 훌륭한 교사는 질문하는 제자를 키우는 것이다. 이제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회복해 질문하는 학교, 교실수업의 혁신과 장기 비전의 교육개혁 핵심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