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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의 작품 ‘하늘을 나는 교실’은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유명한 소설로 국내에도 수많은 번역본이 있다. 소설 속에서, 기숙학교 학생들이 옆 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을 벌리려 하자, 학생들의 생활지도 교사가 상대방 학교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지시했고,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앞으로 2주일 동안 너희들의 인사를 받지 않겠다.”

내가 저 소설을 읽은 것은 11살 때였다. 당시에는 저 말의 의미를 몰랐지만, 좀 더 자라면서 소설 속 학생들의 나이에 해당하는 중학생, 고등학생을 거쳤고, 더 자라서 교사가 되면서 느꼈던 것은, 저 소설 속의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엄청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교사였던 시절, 가끔 말을 안 듣는 학생들이 있었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벌칙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나도,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저렇게 말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면 2주일 동안 너희들의 인사를 받지 않겠다’라고. 물론 하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하지 못했다. 아무리 나에게 관대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학생들에게 그만큼의 믿음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학생들이 벌칙의 의미를 이해하고 난 후에도 벌칙을 벌칙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이다. 양심의 가책은 고사하고, 오히려 잘됐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복도에서 나를 만났을 때,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 되어’ 인사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지나쳐갈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에게는 학생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교육과정에서 학생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공적인 교육은 교사와 학생 상호간의 신뢰를 밑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교사는 학생의 잠재력이 발현될 것이라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가르칠 수 있다. 학생은 교사의 가르침에 대한 진정성을 믿어주어야 교사와 함께 하는 경험을 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물론, 믿음은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관계가 건강한 관계라고 말하기 어렵다. 상대방이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설 속에서는 저 협박(?)에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듣고 상대방 학교의 요구를 들어준다. 선생님은 3일간의 여유를 두었지만, 학생들은 바로 다음날 아침 즉시 선생님의 지시를 따랐다. 매우 건강하고 이상적인 사제관계이다.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는 교원학교 졸업을 2주 앞두고 본인이 ‘가르치는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교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필자는 교사가 되기 전에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교사가 되고 나서 교사로서의 필자의 자격에 의문이 들었던 적이 많다.

교사가 자신을 믿는다고 느끼는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가 더 강하다. ‘믿음’은 교사와 학생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만든다. 자신이 타인에게 믿음을 준다는 것을 아는 학생은 수업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배신’당할지라도, 교사는 학생을 믿어줘야 한다.

교사와 학생 서로의 믿음이 완성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학생은 ‘이 세상에서 적어도 한 사람은 나를 믿어준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