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준
인천 영화국제관광고등학교 교장
최근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잇따른 자살과 교권 붕괴 소식은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큰 과제가 되었다. 모두 그 원인을 찾아 탓하기에 혈안이 되었다. 교권 붕괴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경제적 논리에 기반을 둔 교권 멸시 풍조를 주목하고자 한다.
청빈론(淸貧論)은 돈을 죄악시하며 깨끗한 가난을 통해 절제된 삶을 추구하는 논리이다. 17세기 청도교의 청빈 사상과 유사한 논리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에서 이렇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화가 넘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자발적인 가난에 들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인에게 돈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자 가치척도이다. 이런 물질 만능 시대에 교직을 바라보는 경제적 지위는 이전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돈으로 모든 가치를 척도하는 풍조가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즉 교사의 낮은 임금이 교권 붕괴의 주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교권은 늘 인정받아 왔지만, 선진국을 선두로 해서 교권 붕괴가 나타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권 붕괴로 인한 교육 공백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국가재난이다.
조례나 법 제정으로 이 풍조를 막으려는 것은 흐르는 물을 그물로 막으려는 것과 같다. 단편적인 처방으로는 이런 시류의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 이런 이유로 교권 붕괴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 조심스럽지만 두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경제적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 우리나라는 경제 부국이다. 명목화폐의 가치로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평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여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교사에 대한 이미지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 말을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이 월급 올려달라는 푸념으로 듣지 않았으면 한다. 직업의 가치에 대응하는 경제적 보상이 순환하여 직업이 가치를 지켜 준다고 본다. 교사의 교권 회복을 위해 경제적 보상과 처우의 개선이 선행될 때 교사라는 직업의 가치와 이미지는 높아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사가 선생다움을 회복하여야 한다. '교단(敎壇)'은 강의할 때 올라서는 단을 뜻하는데 보통 교사의 직업을 가졌다는 의미로 교단에 선다는 말로 사용된다. '단(壇)'은 흙 토(土)와 진실로 단(亶)이 합쳐진 말이며, 언덕에 둥글고 높게 곡식이 쌓여 있는 형상이다. 결론적으로 '단'은 창고에 가득 곡씩이 쌓여 항상 든든하고 넉넉하여 베푸는 덕으로 뜻을 이룬다는 암시하는 것이다. 교단에 서는 것은 학생들 앞에 든든한 믿음과 넉넉하게 배푸는 덕장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즉 '교사'라는 직업인이지만 '선생'이 되어야 하는 책임이 교사들에게 있다. 현장에서 교사들은 격무와 수업, 인성지도에 매달리고 있지만 선생다움을 위해 노력할 때 교권의 신장은 자연스럽게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
바다를 가르는 목선을 만들 때 거친 파도를 이기고 바닷물이 침범치 않도록 역청을 칠한다. 그 역청을 바깥쪽만이 아니라 안팎으로 칠해야 하듯이 교권의 신장을 위한 노력이 학교 안과 밖에서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생 인권과 교권의 접점을 찾아 균형감 있는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교육 현장을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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