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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달 9월 6일 전국적으로 올해 마지막 모의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초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 이후 킬러 문항 없는 ‘물수능’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반수, 재수, N수생들이 대거 응시하였다. 입시 전문 업체에서는 이번 모의평가에서 수학이 쉬웠다는 분석과 함께 올해 수능 응시에서는 N수생이 전체 수험생의 34%대인 17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초저출산율(0.78)에서 보듯이 갈수록 대한민국의 유·초·중등학교의 취학자는 대폭적으로 자연감소 되어 수능 응시자 또한 줄어들고 있지만 N수생은 거꾸로 수년째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연계해 사교육비는 2021년 21조 4000억 원에서 2022년에는 26조 원에 이르렀음이 공표되었다. 사교육 공화국이란 오명을 더욱 확고하게 굳히기에 들어갔다. 왜 이런 현상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심각할까?

바로 우리 사회가 뿌리 깊은 학벌사회에 연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지방대→인(in)서울대→SKY대→의대로의 학벌 사다리 타기에 사활을 걸 정도다. 이는 이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진학반’이 신설되어 사교육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로도 증명이 되고 있어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하고 있다. 2019년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성을 표면적인 이유로 당시에 자리를 잡아가던 수시모집 전형이 정시전형의 비율(40% 이상)을 높임으로써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인서울대)은 수능만 잘 보면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2년 전부터는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제도화함으로써 N수생의 비율을 대폭 증가시킨 요인이 되고 있다.

N수생의 증가는 의대 진학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부터는 반도체, 전기 관련 첨단학과까지 신설과 증설로 그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이로써 망국적인 사교육비의 증가는 이미 가정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선을 넘었고 나아가 사회적 비용 역시 천문학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이제 N수생의 증가는 개인적 선택의 영역을 넘어 국가 수준의 교육혁명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의 어느 지인은 이미 수년 전에 재수를 하는 자녀를 위해 월 최하 200만원 이상을 학원비와 기숙사비로 지출하며 한탄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1년 후에도 그리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성적으로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식의 지출로 힘들어했다. 물론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에 N수생은 날로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런 공부로 성공을 거둔 소수를 제외하고 다수에게 남은 것은 진정 무엇인가? 이를 생각하면 국가의 앞날에 우려가 큰 것은 불식하기 어렵다.

N수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반수생은 대학 교육의 질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 후에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면서 사회 전체의 생산인력도 줄어들고 결혼과 출산에도 연쇄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N수생의 증가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인 문제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으로 2028학년도부터 대입 제도가 또 바뀐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은 몇 가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실행에 대한 우려와 함께 수능을 위한 사교육의 증가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우리는 극도의 소모적 경쟁교육으로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들의 인생을 옭죄는 ‘이생망’ 교육과 매년 5만 명을 훌쩍 넘는 학교 밖 청소년 배출을 멈추어야 한다. 대학입시를 완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등의 교육개혁은 불가능한 것인가? 범지구적으로 창의성, 상상력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면서 아직도 구태의연한 입시제도를 땜질식으로 고수하는 이 나라에 N수생의 증가는 망국적인 학벌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이를 타파하는 교육 가치와 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만이 필요하다. 이제 한 줄 세우기 경쟁과 대학입시 없이도 경제대국이자 교육선진국가로 위상을 견지하는 선진국들을 다시금 고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