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谷 전재학
前 인천산곡남중 교장
지난 8월 말에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교사들의 정년퇴임이 있었다. 보통 35~40년 이상의 경력자들로 평생 한 우물을 파며 봉직한 전문직인 교직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 결과 헌법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주는 훈장증을 받고 가슴과 목에 유형별 훈장을 건 순간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얼마나 전문직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 내었는지 한 순간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당연히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잠기기도 했다. 한마디로 소감을 피력한다면 전문성과 도덕성의 교차로에서 큰 과오 없이 마무리함에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이렇게 각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년 전에 필자가 존경하던 어느 학교장이 정년을 맞이했었다. 평소 교육철학이 투철하고 학교 운영이 남다른 매력적인 인성을 소유하고 있었다. 학교의 대다수 교직원들도 좋아하고 학교의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그만큼 도덕적, 전문적 측면에서 교직원들이 인정하던 학교장이었다. 학교를 옮긴 뒤 어느 날 그분의 퇴임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어떤 공로 훈장을 받게 되는지 궁금하여 교육청 공문을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대상자 명단에 없었다. 그 연유를 알고자 확인한 결과 한때 음주운전 관련 기록이 남아서 훈포장 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
교육계에는 3대 치명적인 범죄가 있다. 이는 성적 조작 관련, 성 비위 관련, 그리고 음주운전 관련 범죄다. 여기에 연루된 사람은 승진이나 퇴임에서 어떠한 자격이나 포상 대상에서 제외가 된다. 예컨대 초중등학교 교감, 교장 승진을 앞둔 사람은 위 3대 비위와 관련하여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면 평교사로 마감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자격 기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육계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도덕적 측면에서 임용 및 훈포장 대상에 엄격하게 적용된다. 한 순간의 실수가 가져오는 결과는 사실상 치명적이라 할 것이다.
작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부 수장이자 사회부총리 후보자를 두고서 교육계는 온통 인사 검증의 부실에 대한 비판을 넘어 분노하기까지 했다. 1차 지명자인 김 아무개 교수는 인성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의 여지가 많았으나 최종적으로 자녀 관련 아빠 찬스에 부도덕한 면을 드러내어 들끓는 비난에 후보자를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두 명의 여성 장관 후보자 역시 인성적인 측면이나 전문성, 범죄 사실 연루 등의 의혹으로 뜨겁게 지탄을 받았으며 결국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추천된 박 아무개 교수는 만취 음주운전을 하고도 불기소 처리되는 등의 과거 전력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결국 40여일 만에 ‘5세 조기 입학’ 정책의 파장과 함께 사퇴하게 되었다. 그만큼 전문성 못지않게 도덕성의 결여는 심각한 결격 사유의 하나다.
이는 처음부터 교육부 장관 후보자 추천에 인사 검증이 실패한 것으로 기록을 남겼다. 전술한 바와 같이 교육계 수장은 전문성과 함께 철저한 도덕적 품위 유지의 자격을 가져야 한다. 음주운전 전력은 그중의 비중이 큰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인사 검증 실패는 교육계의 현실과 임용 규정의 기초조차 모르는 무지와 담당 업무 부적격자일 뿐이다. 이를 두고 여론을 살피며 어떤 상황에서 음주운전을 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던 것은 그야말로 무지의 소치였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철학자가 있다. 바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디오게네스(BC 410~BC 323)라는 무소유의 철학자다. 그는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날 누군가 물었다. "자네는 왜 밝은 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는가?" 그러자 그는 "사람 같은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등불을 들면 혹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해서라네."라고 답했다.
이처럼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교육부 장관은 물론이거니와 이 나라의 미래 세대 교육을 담당할 교사는 학생과 동료 교사, 학부모의 우러름과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인재이길 바란다. 시대적으로 교사의 수난 시대이자 상처 시대이다. 그럴수록 교육 관련 전문가 모두가 전문직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교육자의 자질을 더욱 필요로 하는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