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는 그간 매주 토요일 열렸지만, 집회는 기존의 교원단체가 아닌 일반교사들에 의해 진행됐다.
시스템이 없는 관계로 당연히 운영에 미숙함도 있었지만 집회는 진행됐고, 7월 22일부터 9월 2일까지 7차에 거쳐 집회가 열리는 동안, 많은 교사들이 참여했고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멀리서 이 집회를 응원했다.
기존의 교원단체들은 이번 모임에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전국의 교사들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정체성은 교원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번 기존 단체 없이 7차에 걸쳐 열린 전국교사집회는 기존 단체들이 ‘교사들의 권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회 주최측은 집회를 처음 시작할 때 ‘어떠한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과 무관하기 위해’ 기존의 교원단체들과 별개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이는 기존의 교원단체들이 ‘이해관계’ 또는 ‘정치적 목적’ 등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쓰라린 경고일 수도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교총, 전교조, 교사노조를 포함한 6개 교원단체는 8월 11일 공동결의문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전국교사집회에 나와서 6개 단체 대표들이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는 화합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교권회복을 위해 힘을 합친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잠시였다.
공동결의문을 발표한 열흘 만인 22일 제안된 교권 관련 공동 입법요구안에서 교총이 빠지면서, ‘서로의 입장차가 크다’라고 발표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노골적으로 교총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교원단체들을 갈라놓았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집회를 준비했던 교사들의 말처럼 기존의 교원단체들은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처음부터 노선을 달리 하고 있다.
교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교원단체들이 교사보다 다른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일로 교사들이 뜻을 모으려 할 그때에도 교사들은 이번처럼 교원단체들을 배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