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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생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지방의 한 마이스터고등학교 교장과 만날 기회가 있어서 얘기를 나눴다.

일반 특성화고에서 교육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원자력, 수력 등 에너지 분야 전문 마이스터고로 전환했고, 졸업생 상당수가 국영기업체에 취업하면서 지역 내 취업명문고로 떠올랐다.

당시 해당 지역에는 새롭게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섰고 관련 인원이 많이 필요했다. 지자체는 일반 특성화고 중 한 곳을 선정해 매년 수십억원씩 지원하며 지자체가 정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마이스터고로 전환시켰다. 지금도 매년 50억원 이상의 지원이 나온다고 한다.

지난 4월 지자체에서 권고가 내려왔다. 원자력 분야에 인력 수요가 줄었으니, 수소에너지 관련 분야 중심으로 학제를 변경하라는 것이다. 학교는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지원금도 지원금이지만, 지자체에서 원하는 데로 학제를 변경하지 않으면 졸업생들의 취업이 어려워진다.

이런 식의 학제 변경은, 학교가 ‘단기 직업훈련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것도 관련 교사 수급, 실습실·실험기구 등 관련 교육시설 조성 등을 갖추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훈련소라고 하기도 어렵다. 대충 구색만 갖추어 졸업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지역임에도 지원하는 학생은 많고, 졸업생들은 대부분 취직되고 있으니, 학생과 기업체 양측의 이해관계는 맞아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그 학교의 교장도, 학제 변경을 얘기하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교육이 참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지 회의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교육을 통해서 학생은 성장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사도 성장한다. 반복되는 수업과정을 통해서 해당 교과에 익숙해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능력도 성장한다. 학업의 전문도가 높아질수록, 수업을 하는 교사와 수업을 받는 학생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학제를 변경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부분은, 교사 역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처음 교단에 선 교사가, 수년, 수십 년간 해당 교과를 가르친 교사만큼 될 수 없다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심하게 말한다면, ‘소경이 소경을 이끄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명문학교가 어떻게 생겨나겠는가? 반복된 커리큘럼을 통해 학생을 가르치는 노하우가 축적된 뛰어난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백년지대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입학에서 졸업하는 과정까지만큼은 확실한 커리큘럼과 이 커리큘럼을 이끌어갈 수 있는 우수한 교수진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지자체 또는 연관기관의 지시에 따라 학제를 변경하고 수업과목을 바꾸는 학교는 명문이 되기 힘들다.

‘마이스터’라는 말은 독일어로 ‘한 분야에서 최고 경지에 오른 전문가’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 말로는 ‘명인(名人)’, ‘명장(名匠)’ 등과 비슷한 뜻이고, 국가기술자격의 최상위 등급인 ‘기술사(技術士)’와도 비슷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이스터고는, 교육을 통해 최고 경지의 ‘명장’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곳이어야 한다. 마이스터고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계고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교사 본인의 끝없는 연구, 최신 자료에 대한 깊은 이해, 새로운 방법 등을 통해 꾸준히 발전해나가야 한다. 교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산업수요에 따라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을 바꾸는 것은 최소한으로 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준비와 완벽한 학습과정으로도 학생을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속성교육’에서는 ‘명장’이 나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