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진
前 경기도 영성여중 교장
보통 교직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직자(聖職者), 전문가(專門家), 노동자(勞動者) 세 가지 관점에서 본다. 뚜렷한 차이가 있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세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본다. 보통 일선 교사들은 본인이 ‘전문가’로 보이는 것을 가장 선호하는 반면, 교사가 아닌 사람들은 교사에게 ‘성직자’로서의 모습을 많이 기대한다.
‘성직자’ 관점에서 교직(敎職)을 바라볼 때, 교사는 세속적인 직업과는 다르기에 성직자처럼 사랑과 헌신, 희생과 봉사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교직은 천직(天職)이며, 특별한 사명의식을 지닌 사람의 직업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하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처럼 교사는 부모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러 교원단체에서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원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비율이 너무 높아서 충격을 받았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떠나는 것이다.
학기 중에 학교를 떠나는 교사를 여러 차례 보았다. 그중에는 담임교사도 있다.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지방의 초등학교 교사였다가,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은 30살 ‘전’ 교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녀도 학교를 떠날 때 아이들의 눈빛이 한참 동안 마음에 짐이 되었다고 한다.
교육은 감정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많은 에너지, 인내 및 정서적 투자가 필요한 어린 마음을 교육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다.
교사는 종종 학생들의 어려운 행동을 관리해야 하며,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학습 장애, 행동 문제를 가진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책임이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빈곤, 가족 문제, 교우 관계, 정신 건강 문제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이들을 도우려고 한다. 다행히 잘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심지어 문제의 원인이기도 한 이들(부모, 친구 등)로부터 원망을 듣기도 한다.
무엇보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업 기준을 충족하고 교육에서 성공하도록 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는다.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면 본인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생들 하나하나를 돌본다는 면에서 교사를 흔히 ‘제3의 부모’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자들에게 주는 마음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부임한 첫해에 우리 반 담임을 맡은 분이었다. 지금도 그때 같은 반 친구들 몇 명과 선생님을 가끔 만난다. 나보다 일곱 살 많은 선생님은 입버릇처럼 “너희들은 내 첫사랑이야”라고 말씀하신다. ‘선생님, 저도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나의 마음속 답변이다.
처음부터 ‘교사’라는 직업의 특징이 감정적 투자를 요구하는 직업인 것을 어쩌겠나. 단순히 ‘다른 직업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직을 떠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떠난다는 것은, 죄책감 또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교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교사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경험이다. 맹자가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君子三樂) 중 하나로 교육(得天下英才 而敎育之, 득천하영재 이교육지)을 꼽은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명, 의무, 도리, 이렇게 말하지 않고 ‘즐거움’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자.
대구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점형
전북 고창교육지원청 교육장 유승오
경남 하동교육지원청 교육장 최수경
경기 파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최은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