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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과 ‘청소년의 달’을 보내는 5월이다. 적어도 이번 달은 가정, 학교, 사회 어디든 어른과 아이의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무엇일까? 수많은 차이 중의 하나는 설렘이 있고 없고의 정도(程度)라 믿는다. 아이는 주변의 대상이 무엇이든 자기에게 다가서는 모든 것을 설렘의 대상으로 느낀다. 그러나 어른은 대부분 시큰둥하다. 왜냐면 호기심을 상실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렘이 없는 삶은 재미와 의미가 반감된 채 버티기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는 소위 나이 듦의 증거이자 불행의 원인이다.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이는 아이를 보라. 그들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어린이는 어른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러워한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자문을 해본다. 요즘 교사에게 이런 설렘이 있을까? 교육부에서 쏟아내는 잡다한 정책들이 교사에게 설렘이 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이런 것들에서 설렘을 느끼는 교사는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자본주의와 관료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학교 문화에서 새로운 것은 설렘이 아닌 귀찮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교사에게 ‘이곳’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될 수 없고, 귀찮게 하는 높은 ‘저곳’에서 내려온 문서일 뿐이다. 교사의 욕구를 외면해 온 획일적 교육정책이 보수적인 교사 문화와 만나면, 학교엔 설렘이 발 디딜 틈이 없다. 김희동은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에서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썩은 물웅덩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새로운 교육정책을 보고 설렘과 흥분을 느끼는 교사는 거의 없다. 그래서 ‘설렘의 상실’은 교사들에게 더욱 이분법적 차이를 낳는다. 승진에 목을 매도록 촉진하는 경우와 아예 처음부터 승진을 포기하게 만든다. 의미와 설렘이 사라진 교사에게 승진은 썩은 물웅덩이에서 탈출하는 도피 수단이다. 지금의 교원정책은 학교 문화의 본질적인 개선과 교사의 질적 성장과 같은 큰 그림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힘들어도 조금만 더 버티고 점수를 모으면 다시 교사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자기 관리를 재촉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 버티기 한판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에게 승진을 원하는 이유를 물으면 “더 이상 교사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일단 승진하면 더 이상 교사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한때 교육계는 ‘교장 공모제’에 이어 ‘교감 공모제’가 논의의 대상으로 등장했었다.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그 이면에는 바로 현행 승진 제도가 일단 승진하면 교사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 도피 수단으로 머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제도를 내세우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정체(停滯)를 예방하자는 차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일견 바람직한 학교 문화의 창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승진이 도피 수단으로 머무는 한, 학교는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교육 공동체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교사의 삶이 승진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신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인의 삶이 되어야 한다. 일찍 승진 이후 교장 중임까지 거치며 고인 물로 남는 것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삶은 교사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라는 괴물은 교사에게 처음에 주었던 ‘설렘’을 빼앗아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이른바 삶의 방향에 숙고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사는 프레임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만의 이질성을 지켜나가는 이른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군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또한 교사의 본업인 수업으로 자신만의 존재 의미를 찾아 정체성을 간직할 수 있다. 타인에 의해 정해진 길을 과감히 탈피하여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찾고 진정 걸어야 할 길을 정립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설렘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