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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이 서슬 퍼렇던 1960년대~1980년대에 학교를 다닌 학생에게 ‘선생님’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다. 어떠한 잘못을 저질러도 괜찮고, 학생들에게 폭력, 성추행 등을 저질러도 대개는 넘어가기 일쑤였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대걸레자루나 공사장의 각목 등 체벌 도구를 들고 다녔고, 그리고 필요에 따라, 또는 필요 이상으로 학생들을 체벌했다. 나쁘게는 손으로 뺨을 때리는 경우가 많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맞아서 아픈 것 이상으로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세월이 흐르고,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의식 성장에 발맞춰 학생인권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졌다. 아직은 매질이 당연시되던 2000년대 초반, 체벌 도구를 지름 1cm 이하의 나무 막대기로 제한했던 기억이 난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 막대기로 때려도 충분히 아프고, 학생들도 어느 정도 무서워한다. 대걸레자루로 학생을 때려야 할 이유는 없다.

10여 년 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광주, 전북 등 여러 지자체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다. 몇몇 조항이 조금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학생들이 충분한 자유의지와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에, 학생의 인권은 존중받고, 교사도 더욱 존경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진하게도…

아쉽지만, 모든 학생이 충분한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지능적이면서도 과격한 소수의 학생이, 평범하고 온건한 다수의 학생을 눌렀다.

초기에 나타난 교권침해의 모습 중 하나는 학생들의 ‘교사 길들이기’였다. 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선생님을 대상으로 벌어진 이 일탈행위는, 한 학생이 선생님 바로 앞에서 심한 욕을 해 화를 내게 만들어 학생을 때리게 하고, 다른 학생들은 준비하고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촬영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학생을 폭행하는 영상이 찍힌 교사는, 순식간에 폭력교사 낙인이 찍히고, 같은 교사로서 옆에서 보기에 불쌍할 정도로 기가 죽는다. 학생들의 ‘교사 길들이기’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날이 갈수록 말만으로는 가르치기 어려운 학생들이 늘었고,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려워하는 교사들이 늘었다. 최근 계속 문제가 되는 교권침해 문제도 체벌금지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다.

최근 교육부가 공표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를 보면, 교원의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에게 봉사활동,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문제학생이 있을 때 즉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 심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과, 처벌 결과가 다소 무거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고시와 기존의 학생인권조례가 서로 충돌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례와 고시는 법률 적용 순위에서 조례가 위에 있다. 두 개의 법률이 부딪힐 경우 상위법인 조례를 따른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뜯어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적지 않은 이들이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주장하거나, 조례보다 상위법인 교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는 서로 대척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반대로, 서로 부족한 점을 메꿔가는 보완적인 것이라는 입장 역시 적지 않다.

교사와 학생이 모두 존중받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학생인권조례, 교권을 존중 받기 위한 교원법, 양쪽 모두 꼭 필요한 목적이 있어서 제정된, 혹은 제정 예정인 만큼, 둘 다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과연 불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