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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청 조직의 서열 2인자인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28시간 만에 사임한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 학폭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었다. 바른 부모 밑에 바른 자녀가 있다고 했다. 법 기술자인 정 변호사는 당시 검찰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으로 자녀가 지방의 유명 자사고 1학년 시절에 근 1년에 걸쳐서 같은 기숙사 학생에게 “좌파 빨갱이”, “제주도에서 온 돼지”, “더러우니 꺼져라”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등등의 언어폭력으로 인해 학교로부터 교내봉사 40시간, 출석 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부모는 이를 거부하고 ‘부모 찬스’에 의해 재심 청구, 행정 소송,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절차를 대법원까지 거치는 장기 소송전이 벌어졌다. 가해자가 3학년 4월에야 비로소 서울로 자진 전학할 때까지 피해자와의 즉시 분리 원칙을 어기고 거의 1년여 동안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같은 학교 기숙사 내에서 생활했다. 결국 피해자는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자살을 2차례 시도하기도 했고 중도에 학교를 자퇴하는 등 망가진 고교 시절을 보내야 했다.

최근 한 서울대학교 학생이 자신도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밝히며 “폭력에 무너지지 않고 그 다리를 건너온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에게 응원 편지를 보냈다. 그는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학교폭력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 반성도 없이 잘살고 있는 현실에 많은 피해자가 힘겨워하고 있을 요즘”이라면서 “저 또한 그런 학교폭력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학생 시절 자신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가해자들의 괴롭힘, 방관하는 또래들의 무시, ‘네가 문제’라는 담임 교사의 조롱으로 매일 살기 싫다는 생각만 했다”며 “학교는 지옥이었다. 부끄러워하고 숨어야 할 쪽은 가해자인데 손가락질당하는 사람은 저 하나였다”고 고백했다. 이를 견디기 힘들어 학교를 뛰쳐나간 적이 있는데 이날 그의 생활기록부에는 무단 결과 기록이 남았다. 그는 “가해자들은 몇 마디 훈계만 들은 것이 고작이었다”며 “가해자는 ‘걔 자살했으면 학교 문 닫았을 텐데 아깝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에게 응원과 함께 “저는 학생들이 폭력 없는 환경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며 “가해자가 발도 못 들일, 피해자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교실을 만들길 소망한다”고 했다. 예비 교사의 당찬 포부이자 의지가 반영된 일종의 출사표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입학식에서 본교의 신입생들에게 ‘학교폭력의 제로(Zero)화’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즐거운 학교 만들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더불어 아침마다 안전생활부와 담임 교사의 조·종례 등을 통해서 학폭의 각종 유형과 그에 대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것을 선언했다. 이는 오랜 필자의 교육 철학이자 현재 학교장으로서의 강력한 학교 운영의 의지이기도 하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 이후 대면 수업이 정상화된 요즘은 학폭이 봇물 터지듯 하는 각급 학교의 사정을 감안하면 어쩌면 이상(理想)적인 소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혼자서 꾸면 한낱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는 생명 존중 사상과 ‘대접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대접하라’는 황금률, ‘인간을 수단으로 대우하지 않고 최고의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칸트의 인간 존중 사상은 학폭의 강력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국가는 경쟁 위주의 현행 학교 교육을 연대와 협력으로 교육가치를 전환하는 교육개혁이 절실하다. 더불어 앞으로 발표될 교육부의 ‘학폭근절대책’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제 학폭은 우리 교육 현장에서 멈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