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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폐막 연설을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최국으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국제적 찬사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한국 기자들에게 우선 질문권을 줬다. 그런데 어느 기자도 질문하지 못했다. 몇 분간의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중국 기자가 나서서 자신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사정했을까. 당황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전해졌다. 이를 우리는 한없이 부끄러운 심정으로 지켜봤다. 똑똑하기로는 둘째라면 서러워하는 한국의 기자들이 왜 질문을 못할까? 이 사건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며 토론과 질문이 없는 교실 수업에 대해 심각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한 인공지능(AI) 시대이다. 오픈 AI가 만든 챗GPT는 인간의 온갖 질문에 대학생 수준 이상으로 답변한다. 이제 인간에게는 답변이 아닌 다양한 생각과 의견으로 창의적인 질문이 요구되는 시대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학교 교육은 지식을 주입하고 답변하는 교육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GDP의 1.2%를 정답 찾기 능력 향상에 낭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질문하는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교사는 학생의 질문에 불쾌하게 여긴다. 이는 어려서부터 질문을 통한 대화나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전통 때문이다. 세계의 지성 사르트르는 "질문은 인간이 세계에 탐구적으로 관계하는 원초적인 행위"라고 하였다. 인류의 문화는 질문과 답변으로 진보하고 발전해 왔다. 세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대인의 저력은 바로 질문하고 응답하는 ′하브루타′라는 교육방식의 결과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

초·중·고 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까지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가 쓴 소설 『어린 왕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래저래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해서 질문할 뿐이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도 따로 없다. 답은 읽는 자의 몫이다. 『어린 왕자』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소재는 별이다. 별은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어두운 밤에 북극성을 좌표로 잡으면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질문의 힘과 같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은 질문이다. 불행히도 우리 교육 현실은 질문하는 본능이 사라지도록 만든다. 그 속에서 소위 엘리트라는 한국의 기자들이 교육받으며 성장해 왔다. 그 결과는 우리가 보는 바와 같았다. 문제는 AI시대인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인류의 스승이라 불리는 소크라테스는 입만 열면 질문을 던졌다. 그의 철학은 질문에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났다. 그의 질문에 기초한 교육방식인 "산파술"은 자기 자신까지도 의심할 것을 요구했다. 확실치 못한 것은 질문과 회의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처럼 질문이 없는 사회에서는 인문학이 최대로 불편한 대상일 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인문학은 시스템의 뿌리까지 파고들어 소크라테스처럼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기 때문이다. 질문은 불편하다. 국가지도자도 불편한 질문을 회피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열리던 기자의 질문 시간이 사라졌다. 한때 전국을 강타했던 인문학 열풍은 한순간의 유행에 불과한 것이었던가.

생각하는 힘은 질문에 의해서 형성된다. 주어진 텍스트를 따라가는 데만 익숙한 우리 교육의 기본 방식은 창의적 생각과 주체적 삶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저 문제에 답하는 것만 익숙하면 된다. 왜냐면 텍스트는 기존의 질서와 체제를 의미하며 우리에게 순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015,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21세기의 역량 있는 창의?융합형 인간 육성은 바로 질문에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하며, 이를 통해 주체적인 행복한 삶을 살도록 안내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은 질문하는 힘에 달려있음을 자각하자. 왜냐면 질문은 탐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학교는 더 늦기 전에 배움의 본능을 보듬어 질문의 싹을 키우고 그 힘을 배양하는 배움의 장(場)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것이 학교 교육의 시작이자 생존전략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