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다사다난했던 임인년(壬寅年)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토끼는 연약하지만 영특하고 재치 있는 속성이 있어서 지혜와 평화를 상징한다. 간을 잃을 뻔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위기를 모면한 지혜의 동물이다. 각자가 자신이 가진 지혜를 발휘하여 국내외의 난제를 극복하는 새해가 되자.
아울러 토끼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대신 큰 귀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그만 소리도 놓치지 않고 다 들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자기 말은 줄이고 남의 말에 경청하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하는 새해가 되자.
오늘날의 사회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경쟁에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토끼는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패배한 슬픈 전력이 있다. 토끼는 결과가 자명한 게임에서 상대를 과소평가하고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낮잠으로 시간을 허비하여 패배했다. 이를 거울 삼아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새해가 되자.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잡은 토끼도 잃는” 우를 범하지 말자.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는 것을 우리네 인간사가 말해 주지 않던가? 모든 일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원리가 적용된다. 욕심의 한계를 넘지 않고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여 성취하는 새해가 되자. 티끌이 쌓이면 태산이 된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고, 좌우로 편이 갈려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는 소모전을 중단하고 국가 발전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 힘을 모으는 새해가 되자. 거짓과 선동·위선이 사라지고, 법치주의를 회복하여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법의 심판을 받는 정의가 살아있는 새해가 되자. 동맹국과의 확고한 동맹을 기반으로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되자.
교육계는 젊은이들이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학력 저하의 문제를 극복하여 학생 모두가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지원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교육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학력(學力) 증진이기 때문이다. 학력 증진은 단순히 단편적인 사실의 암기가 아니라, 창의력 증진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1956년에 블룸(Bloom)의 교육목표 분류에 의하면, 인지 영역에서 교육의 최종 목표가 ‘평가(evaluation)’였으나, 2001년에 앤더슨(Anderson)과 크라스볼(Krathwohl)이 수정한 교육목표 분류에서 최종 목표가 ‘창조하기(creating)’임을 염두에 두고 창의성 교육에 힘써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의 사회는 많은 지식을 기억하는 지식인보다는 남이 미처 생각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여 실생활에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리라고 전망한다. 아니, 미래가 아니라 지금도 그런 인재를 요구하는 사회가 되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창재(創材)를 육성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교 단계가 높아질수록 주입식 교육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는 주입식 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개인과 조직의 자율과 창의성이 더욱 존중받고, 동시에 상호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신뢰는 더욱 깊어지는 한 해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라고 했다. 창의성 교육에 대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 다행스러운 일이다. 창의성 교육의 기반은 자율이므로, 학생의 의사가 존중되는 학교 문화의 확립이 중요하다.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유대인의 교육은 창의성을 신장하는 교육이었다. 자녀에게 “학교에 가서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당부하는 우리나라 부모와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질문 많이 해라”라고 주문하는 유대인 부모의 차이가 노벨상 수상의 차이로 이어진 것임을 음미하는 새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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