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갑부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한 해가 저물어간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자선냄비 종소리는 나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음식점은 송년 모임으로 북적이고, 모두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연초(年初)에 계획했던 일들이 작심삼일을 반복하면서 아쉽지만, 또 한해를 그렇게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의 출처는 『논어』 「위령공」편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을 허물이라 한다(過而不改是謂過矣).” 「학이」편에서 공자는 군자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아야 한다(過則勿憚改)”라고 했다. 『천자문』에도 ‘지과필개(知過必改)’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소학(小學)』에도 나온다. 율곡(栗谷)의 『격몽요결(擊蒙要訣)』 「접인장(接人章)」에도 ‘불탄개과(不憚改過)’, 즉 허물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동양의 고전은 한결같이 자신의 과오가 있으면 반드시 고치라고 권고한다.
누구든지 크고 작은 잘못을 지지른다. 최초의 인간이라고 하는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 말씀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죄를 지었다. 『성경』 「요한복음」에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끌고 와서 용서할 것인지 돌로 칠 것인지를 묻는다. 예수님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그곳을 빠져나간다. 예수님은 홀로 남은 여인에게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며 ‘과이필개’를 당부한다.
세상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는 생활하는 가운데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을 시인하고 그것을 고쳐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개선이고 발전이다. 하지만 잘못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또 다른 잘못이 되는 것이다.
‘과이불개’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각자가 속한 곳에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고쳤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공익은 뒷전이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한 정치인, 예산을 낭비하는 공무원, 공정한 재판보다는 파당의 이익을 위해 판결하는 재판관, 국익은 뒷전이고 왜곡 보도하고도 비판의 소리에는 귀를 막는 일부 언론, 투철한 교육관 없이 교단에 서는 교육자 등 모두가 지은 잘못이 있다. 그리하고도 고치지 않고 남의 탓만 한다. 결국에는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국가의 기강마저 흔들리고 있다. 양심은 땅바닥에 버려진 지 오래고 사회정의는 기대할 수 없으며, 목소리 큰 자가 승리하는 세상이 되었다. 조작과 허위가 난무하고,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공자는 인간을 네 부류로 구분했다. 태어나면서 아는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 배워서 아는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 곤란을 겪고 나서야 배우는 ‘곤이학지자(困而學之者)’, 곤란을 겪고 나서도 배우지 않는 ‘곤이불학자(困而不學者)’가 그것이다. 알고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공자 자신도 날 때부터 안 것이 아니라 배워서 아는 사람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사람들은 배워서 알거나 어려움을 겪고 나서 깨달음을 얻는다. 공자에 의하면, 어려움을 당하고서도 배우지 않는 사람은 최하급의 인간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는 최하급의 인간이 저지르는 나쁜 짓이다. 교육의 본질은 ‘과이필개(過而必改)’다. 잘못을 수정하는 것이 교육이다.
다사다난했던 임인년(壬寅年)이 저물어간다.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 많았던 한 해였을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자.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계묘년(癸卯年) 새해에는 ‘과이필개(過而必改)’하는 한 해가 되도록 다짐하자. 토끼처럼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드시 고치는 새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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