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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미국의 작가 겸 저술가로 디지털 혁명, 통신 혁명, 사회 혁명, 기업 혁명과 기술적 특이성 등에 대한 저작으로 유명한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21세기에서의 문맹자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다시 배우는 능력이 없는 사람을 말할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1990년대에 21세기를 예견하며 한 이 말은 40여 년 전 컴퓨터 일반화 초창기부터 디지털 정보의 위력이 앞으로의 사회에 가져올 충격과 변화를 예측한 것이다. 이제는 바야흐로 배운 것을 지우거나 버린다는 ‘Unlearn’은 이 시대에 숙고해야 할 더없이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

오늘날 세상은 온통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를 부르짖으며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 계절을 준비하는 방법 등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에서는 지구의 자원이 부족하니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ESG(환경·사회·기업)의 구조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업이 되었다. 이는 직업의 형태가 바뀌고, 쓰는 기술이 바뀌었고, 사회구조가 바뀐 시점에서 볼 때 당연하다. 또한 공동체의 상식이 바뀌어야 하고 관행에 의존했던 태도나 행동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학교는 어떤가? 사회의 모든 영역과 마찬가지로 지난 3년에 걸쳐서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수업과 학생 지도의 영역에서 많은 것을 바꾸어야 했다. 어쩌면 배우는 방법조차 바뀌어서 새로 배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정보는 문자뿐만 아니라 음성과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공유되고 있다. 필자 또한 예전의 유일한 배움의 방식인 종이책에의 의존에서 벗어나 유튜브 강의나 인터넷 정보에 의지하여 듣고 보면서 배우고 있다. 세상 사람들도 SNS와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그 편리함과 효율성은 과거엔 미처 생각지 못한 많은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

2030년에는 현재 지식이 3일 만에 두 배로 증가한다는 ‘지식 두 배 증가의 법칙’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처럼 실시간 정보는 무엇보다 빠르고 생생하게 다가오고 있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골치 아프게 다가올 정도다. 문제는 낡은 정보, 가짜 정보, 과잉 정보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것이다. 이제는 잘못 배운 정보를 골라서 잘 버리는 것이 지식의 질(quality)을 결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현시대의 인재는 온갖 지식을 많이 쌓은 사람보다 기존 지식을 버리거나 지우는 것이 빠른 사람이라는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교육에는 뿌리 깊은 관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배움의 근본은 기성세대가 배우고 익힌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존중하거나 답습하려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능력 있는 학생에 집중하고 우선하는 것이 공정하고 사회적 정의라 믿어 학생들을 한 줄로 줄 세우는 입시 제도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익숙하다. 여기엔 교사가 가르친 것을 오래 기억하는 능력을 갖춘 학생을 우수한 학생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식의 홍수를 맞이하는 이 시대에 지식의 경쟁력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뛰어난 기억력에서 오지 않는다. 반면에 많은 정보를 올바로 선택하는 창의력과 결단력, 이른바 미디어 리터러시 지능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운 것을 적시에 버리고 다시 배울 수 있는 유연성과 배움에의 보다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교육은 청소년에게 온갖 지식을 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지식을 얻으려는 호기심과 일상의 실수로부터 배우고 내일은 더 나은 실수(better mistakes)를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호모 데우스』처럼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하나 인간은 결코 신처럼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대문명 시대인 지금은 배운 것을 제대로 버리고 다시 배울 수 있는 교육에의 가치(價値)를 지향하거나 전환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