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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지가 벌써 3주간의 시간이 흘렀다. 수능 이후 고3 교실이 썰렁하다고들 말한다. 물론 올해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고3 교실이 주목을 받아 왔다. 등교 시간은 늦어지고 하교 시간은 빨라졌다. 하지만 이미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마친 터라 지식 위주의 수업은 진행되지 않는다. 기말시험도 수능 전에 끝낸 학교가 대부분일 것이다. 가정학습이나 논술·면접 등 수시 준비로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 교실이 텅 비어있는가 하면 등교한 학생들도 딱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수업 일수를 채워야 하기에 형식적으로 등교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시간 때우기’나 다름없는 시간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8일 보도 자료를 통해 「수능 이후 학사운영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①다양한 온·오프라인 프로그램 안내, ②고3 학생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겨울방학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교육 캠프 운영, ③각종 사고 예방 및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한 특별 기간 운영, 다중 밀집 상황 예방 및 대처, 응급 처치 방법 등 안전교육 실시가 그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교사들에게는 잔무(殘務)로 작용한다.

고등학교를 마감하고 대학 입학, 취업, 재수 등을 준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허비’한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학교나 교육 당국은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낭비의 시간’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수능 시기를 늦추거나 수시 제도를 변경하여 3학년 2학기까지 성적을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으나, 대학에서의 입시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므로 실효성이 희박하다.

필자는 독서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물론 평소에 학교에서 독서를 장려했을 것이다. 논술 등이 독서량과 관련이 되기 때문에 학교는 물론 학원에서도 독서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학교에서 필독서 목록을 나눠주고 그것을 읽을 것을 독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을 위해서 마지못해 하는 독서와 자율적으로 하는 독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고전이 중심이 된 목록 속의 책들을 대학 입학 때까지, 아니 그 후에도 빠짐없이 읽는다는 마음으로 실천한다면 인생이 풍요로워질 것으로 확신한다. 독서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준다.

공자는 “옛사람들은 자기를 위해(爲己) 배웠지만, 지금 사람들은 남을 위해(爲人) 배운다.”라고 하였다. 옛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으나, 요즘 사람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배운다는 것이다. 전자는 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덕성을 수양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면, 후자는 남에게 알려지고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배운다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학습은 즐거움이 없다.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즐거움은커녕 지겹고 지루하다. 하지만 자기를 위한 공부는 자율적으로 하기 때문에 즐거움에 더하여 보람까지 느낀다.

지금까지는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독서를 했다면(爲人), 수능이 끝난 지금부터는 자신의 인격 수양을 위해 독서를 한다면(爲己) 풍요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 ‘위기(爲己)’로서의 독서는 여유로운 가운데 책 속의 진리를 음미하면서 할 수 있다. 취업하거나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도 독서 습관을 길러야 한다. 독서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특히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적이다.

지금부터 대학 입학까지의 몇 달간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황금보다 더 값진 시간이다. 지금까지 피땀 흘려 공부했으니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황금보다 더 귀중한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안 될 일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학교는 학생들이 ‘해방’의 시간을 갖도록 방치하지 말고, 시간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누구에게나 ‘지금 여기(here and now)’가 중요하다.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듯이,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The future depends on what we do in the 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