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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權威)’란 무엇인가? 이는 어느 개인·조직(또는 제도)·관념이 사회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널리 인정되는 영향력을 일컫는다. 권위는 그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에 따라 도덕적 권위, 정치적 권위, 과학적 권위 등으로 나뉜다. 권위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Authority’는 로마 시대 리더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었다. 이 단어는 라틴어 ‘Auctoritas'에서 유래했고 이 아우토리타스는 로마의 리더가 대중을 이끄는 힘의 원천인 명성(名聲)이었다. 바로 이 명성이 대중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이다.

20세기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아우토리타스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규명한 학자로 권위의 기원과 유지의 비밀을 연구했다. 그녀는 18세기 미국이라는 신생국가를 건설하는 국부(國父)들이 유럽의 절대왕정 권력과 대항하는 개념으로 아우토리타스를 찾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녀는 이 단어를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처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주’로 해석했다. 이 단어에서 파생한 영어 ‘Author’는 창의적인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저자’ 혹은,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권위에 대한 최초의 품격있는 모델은 아마도 성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000여 년 전, 유대인들은 청년 예수에게 ‘권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약성서 마르코 복음(1.21~28)에 예수가 공적인 삶을 시작한 후, 사람들을 가르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수는 제자들과 함께 가파르나움의 회당으로 들어가 가르쳤다. 이 장면에서 복음서 저자는 “사람들은 그 가르치심을 듣고 놀랐다. 그 가르치시는 것이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했다. 여기서 권위란, 예수라는 한 개인이 반드시 완수해야 할 유일무이한 임무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몰입하던 그 기운(氣運)이었다. 그러한 기운은 흐르는 물과 같이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이처럼 ‘권위’란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깊이 깨닫고,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묵묵히 행할 때 저절로 흘러나오는 아우라(aura)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권위를 타인이 부여한 직함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이를 남용할 때, 그것이 무서워 억압당하는 과도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권위적’이라는 형용사는 부정적이며 강압적인 의미를 품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라면 한 번쯤 그런 힘을 소유하기를 본능적으로 갈망한다. 왜냐면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효과적으로 발현되고 실현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권위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생긴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할 때 드러난다. 그럴 때 권위는 긍정적이며 친절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의 말과 행동을 주시하고 따르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의 교사는 어디에서 권위를 찾을 수 있을까? 교사라는 직함으로 저절로 권위를 얻을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과거 교사는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시대는 변해 이제 그 의미는 많이 추락했다. 하지만 교사의 근본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탐구해 자신의 정체성을 절차탁마(切磋琢磨)해야 한다. 교사의 권위는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총체적으로 연계된다. 여기엔 교육의 시선과 존재의 시선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는 남다름이 있다. 교사의 권위는 교사로서의 전문성, 교육에의 사명감, 인간을 우선하는 마음, 정의를 추구하는 용기와 결단, 학생의 실수나 실패에 대한 포용력, 학생을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인내심, 묵묵히 실행하는 봉사심, 뒤에서 지켜주고 돌보는 양치기 리더십, 솔선수범하여 공부하는 성실한 학자적 자세, 관계 맺기를 통한 친화력,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통찰력, 인간의 향기가 만 리까지 퍼져 멀리서 제자들이 찾아오게 하는 인향만리(人香萬里) 카리스마가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