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7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6일 복수의 교육관계자는 “이르면 7일 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된 일부 의혹이 충분히 해명돼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결격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산적한 과제를 안고 험로(險路)로 들어서게 된다. 당장은 교육부부터 추슬러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 직원들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 인수위 때부터 폐지설이 나오더니 오는 장관 후보마다 낙마했다.
교육부는 적폐세력이 된 것처럼 뭇매를 맞았다. 1급 고위 공무원 5명은 여전히 대기발령 상태다. 국립대 사무국장들도 줄줄이 대기발령이다. 직원들이 피켓 시위까지 벌일 정도라면 교육부 ‘초상집’ 분위기는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이 후보자는 그들부터 품어 안아야 한다. 교육부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국가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로써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동반자가 돼야 한다. 보수와 진보로 분열된 교육계를 하나로 묶는 것도 이 후보자의 중요한 과제다. 2022 교육과정 개정에서 보듯 진영 간 치열한 대리전이 교육현장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교육감이 누구냐에 따라 평가 방식도 내용도 달라진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 현수막마저 서울은 희생자, 경기도는 사망자로 쓰여 있다. 갈라진 교육계를 통합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장관의 책무다. 이 후보자는 또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된다. 사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교육정책은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 가장 많은 지적은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6개월이 지나도록 해놓은 것도 명쾌하게 제시된 것도 없다. 교육정책의 불확실성에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하고 정부의 신뢰는 떨어진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윤석열 교육, 새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가 여기 있다. 초중등 분야는 유보통합부터 기초학력 증진, 학령인구 감소 등 현안이 줄을 잇는다. 교육의 수월성과 보편성을 함께 찾는 것도 이 후보자의 과제다. 다만 자사고와 같은 서열과 경쟁위주 교육은 이미 한계를 드러낸 만큼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되 우수한 학생들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부진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효과적으로 보상하는 교육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무너진 교실 회복과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요구하는 교육계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은 재정확충이 과제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지난 2019년 기준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에서 공공재원 투입액이 미화 4323달러(614만원)로 OECD 38개국 중 32위에 자리했다. OECD 평균(1만1589달러·1648만원)의 37.3%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손벌리는 것은 하지하책(下之下策). 발상의 전환을 통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 윤 정부조차 골든타임을 놓치면 고등교육의 역사는 ‘잃어버린 5년’에서 ‘잃어버린 10년’으로 고쳐 써야 할 판이다.
이 후보자는 일을 잘한다. 대한민국 교육메커니즘을 그만큼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이도 드물다. 미래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비전도 갖고 있다. 능력 만큼은 최고의 적임자다. 다만 그가 12년 전 이주호로는 안된다. 자기확신에 가득찬 ‘조자룡’이어서는 안된다. 시대가 바뀌었다.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 어느 것 하나 이룰 수 없다. 윤 대통령도 ‘MB 이주호’를 원치 않을 것이다.
지난달 28일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교육정책에 관한 한 막힘 없고 유연했다. 그리고 솔직했다. 우려보다 기대를 갖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생긋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이주호 후보자. 61대 교육부 장관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눈과 귀가 정부세종청사로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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