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갑부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제1차 윤석열 퇴진 중·고등학생 촛불집회’라는 포스터가 요즘 SNS를 통해 세간에 나돌고 있다. ‘윤석열퇴진중고생촛불집회’가 주관하는 중·고생 촛불집회에 참여를 독려하는 포스터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하면 봉사활동 점수를 준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서 헌법에 따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노력하는 다수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학생 봉사활동은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에 근거하여 실시되는데, 그 어느 조항을 봐도 정치집회 성격의 집회에 참석한 학생에게 봉사점수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 학생들을 봉사활동 점수로 유인하여 촛불집회에 참여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학생을 정치집회에 이용하려는 언행은 누구에게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가 교육자라고 한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서울시의회의 한 여당 의원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을 강요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집회에 참석하라며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학습권과 행동 자유권을 거스른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한편, 학생 단체인 전국학생수호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의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통령 규탄 집회에 참여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7조 2항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이 법을 근거로 제정된 「교육기본법」 제6조 1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교사가 정치적 성격의 촛불집회에 학생들을 참여하도록 종용했다면 이는 곧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우리는 일부 언론의 선동에 의한 촛불집회를 통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여 정치적 혼란을 겪은 슬픈 과거가 있다. 그것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 득보다 실이 컸다.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고 국론이 분열되었으며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을 군중의 힘으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은 촛불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 선출되고 임기가 보장된 국민의 대표이다. 「헌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만 법적 절차를 거쳐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흠을 잡아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는 생각 자체가 순수하지 않다. 야당 의원 중에는 촛불집회에 참여하여 탄핵에 불을 붙이는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 다수 의석을 이용하여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정치적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대통령의 자리는 그렇게 가볍지 않다.
학생들까지 정치집회에 끌어들이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의 촛불집회 참여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미화될 수 없다. 학생들에게 정치적 성격의 집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학습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누구보다도 교육자는 정치적 중립과 함께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공자가 말했듯이,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 이 말을 응용하면, 교사는 교사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師師弟弟).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주된 임무다. 교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하고 학생들을 선동하는 일에 힘을 보탤 여유가 있으면 수업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보가 봇물 터지듯 밀려오는 이때 교사가 공부하지 않는다면 요즘처럼 영악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배움이 없으면 가르침도 없다. 교사는 교육자인 동시에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미사 때마다 “내 탓이오.” 하면서 자기의 잘못을 성찰한다. 남이 잘못한 것만 크게 보고 자기의 더 큰 잘못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남을 질책하기에 앞서 『성경』 한 구절을 음미하자. “형제의 눈에 든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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