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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오늘도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문제 풀이 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교육만을 계속할 것인가?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교육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이랴? 누구나 책을 읽기만 하고 글쓰기는 한 줄도 하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크게 다른가?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얼마 전에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IB교육(국제 바칼로레아)의 현장을 방문하여 그 우수성에 공감하며 우리 교육에도 시행의 필요성에 관해 깊이 공감한 바가 있음이 교육언론들에 의해서 기사화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중학교에 20개 시범학교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아들과 수학 공부를 할 때, 아들이 아빠를 위해 스스로 수학 문제를 만들어보게 하고 아들이 만든 문제를 아빠가 풀고 아들이 그 문제를 채점하는 방식으로 아들과 함께 수학 놀이를 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즉, 아들이 문제집이나 책에 있는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는 경험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여긴다. 또한 아버지와의 교감(交感)을 통해 수학이 흥미롭고 수학을 통해 발견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려는 의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이 양자 전기역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6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인 파인만((Richard P. Feynman, 1918~1988)의 가정교육에서도 그랬다. ‘Why’라는 의문사는 파인만의 아버지가 파인만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며, 동시에 파인만이 생전에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이기도 하다. 그의 가정교육은 아버지 멜빌이 자녀가 그저 지식을 단순히 달달 외우고 표면적으로 아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깊이 있게 생각하는 힘을 소유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반면에 우리 교육은 5지 선다형의 대학 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과 같이 ‘최대한 빠르게, 가능한 많이’ 문제를 풀기에 집중되어 있다. 학교 교육이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가정교육도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누구나 허준이 교수나 파인만이 될 수는 없지만 허준이 교수나 파인만 아버지나 자녀 양육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즉, 우리 자녀들의 호기심과 생각하는 힘에 한껏 불을 붙여주는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교육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교육방식인 성공한 타인이나 우수한 제도의 벤치마킹은 이제 그 수명이 다했다. 왜냐면 이런 방식은 무한 성장의 가능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제 미래 교육은 무한대의 상상력과 독자적인 창의성에 기인한 개별적인 ‘끼’의 발현을 구현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꿈과 끼를 가진 인재 육성’은 오늘날 초중등교육의 목표이자 교육 비전이 되었다.

이제 우리도 단순한 모방이나 암기가 아닌 생각하는 힘을 길러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이 만든 문제만 푸는 것은 이젠 멈추어야 한다. 각 시도 교육감 협의체에서 IB교육 방식에 공감하면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는 문제 풀이에만 집중하지 말고 문제를 만드는 사고력, 창의력 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다. 창의성 발달을 추구하는 다양한 교육방식들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단지 실행 의지만이 필요할 뿐이다. 예컨대 초등교육에 코딩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렇다. 이제 단순 암기나 모방에 따른 기계적인 학습과 문제 풀이 교육이 유·초·중등 교육의 중심이 되어 국가의 교육력을 낭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사고력, 창의력 증진에 필요한 문제를 만드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해 우리 교육을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바꿀 적기(適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