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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는 2008~2016년에는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한 전수평가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학교 줄 세우기와 일제고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전국 중3, 고2 학생 중 3%만 치르는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했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초학력 저하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하에 2024년부터는 평가 대상을 초3~고2로 확대하고, 원하는 모든 학교가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지난해 9월 24일 제정된 「기초학력보장법」에 근거하여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최근 몇 년간 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하락하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중3과 고2 학생의 약 3%가 기초학력 미달로 나타났다. 과목별로 보면 국어는 2020년 6.7%에서 7.1%, 수학은 13.5에서 14.2%로, 영어는 8.6%에서 9.8%로 기초학력 미달자가 증가한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대다수 교육청이 전수평가에 반대하면서 학교의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이다. 아울러 일부 교육청은 획일적인 지필고시에 반대하고, 평가결과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이번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보인 반응은 긍정적인 것 같지 않다.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청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개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평가와 지역 간 비교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누구에게나 시험 공포가 있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시험으로 인한 심적 고통이 매우 컸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시험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해 왔다. 조선 시대 왕세자들도 시험 속에 살았다.

경영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숫자로 나타난 지표가 없으면 어느 부분이 잘되고,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측정을 통하여 나타난 수치를 근거로 잘된 부분은 더욱 발전시키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성장?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의 물리학자인 윌리엄 톰슨(William Thompson)도 “측정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라고 말했다. 공부한 후 시험을 쳐서 잘하는 것은 더욱 발전시키고, 못하는 것은 개선하는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시험은 경쟁과 서열화(줄 세우기)가 수반된다. 경쟁하는 가운데 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지나친 경쟁은 좋은 것이 아니다. 인디애나대학의 노먼 트리플렛(Norman Triplett) 교수는 사이클 경기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출발했을 때의 기록이 혼자서 달릴 때의 기록보다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듯이, 적절한 경쟁은 기록 상승효과가 있는 것이다. 시험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인 경쟁과 서열화 등의 논리는 “학생은 시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명제 앞에 설득력을 잃는다. 교사 역시 학생의 수준을 알아야 가르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듯이,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다.” 경쟁과 서열화를 앞세워 평가를 소홀히 하다면 효과 없는 교육이 될 것이다. 교육한 후에는 평가를 하여 그 결과를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 그 밖에 관련자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여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다.

취미로 하는 운동은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자신이 잘할 줄 아는 것만 하고 제대로 된 연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반복은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 피드백을 받으면서 연습해야 한다. 그리하여 프로 선수들은 코치의 지도를 받아가면서 실전과 같은 연습을 하는 것이다. 시험과 확인만이 확실성을 보장한다고 믿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작업을 하기 전에 항상 실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