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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자녀를 보고 “늦었다. 그만 자야지”하고 말하는 부모와 “공부 더하고 잘 거지?”라고 말하는 부모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는 자녀가 늦은 시간까지 공부에 피곤할 것을 측은하게 여기는 것이고 후자는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얻기를 바라는 욕망의 표출이 아닐까? 그래서 전자는 부모의 마음이라 하고 후자는 학부모의 마음이라 한다.

러시아의 교육사상가 V.A. 수호믈린스키(1918-1970)의 책, 「선생님께 드리는 100가지 제안」에 나오는 일화로 들어가 보자.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워싱턴 지하철역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출근 시간 무렵이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쳤다. 45분 동안 이 연주자의 바구니에는 32달러가 담겼다. 연주가 끝나도 누구도 박수를 보내주지 않았다. 한 여자가 유일하게 다가와 그를 알고 있으며 그의 연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가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과 공모한 실험이었다. 바로 이틀 전 조슈아 벨은 보스턴 극장에서 연주회를 가졌는데 가장 싼 입장료가 100달러였다. 벨은 똑같은 곡을 똑같은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했다. 다만 장소만 달리했을 뿐이다. 멋진 무대냐, 지하철역이냐 그 차이만이 존재했다.

또 다른 일화를 보자. 공부하기를 아주 싫어하는 중2 아이가 있었다. 모든 교사들은 그를 “임기응변에 능하고 게으름뱅이며 건달”이라고 평했고 특히 국어 교사와는 자주 갈등을 빚곤 했다. 그 학생은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말았다. 세월이 좀 흐른 후, 어느 날 국어 교사는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수리공을 집으로 불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말썽꾸러기 자퇴생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교사가 당황스러워하는 사이 그 아이는 텔레비전을 다 고친 다음 이렇게 말했다. “3년 동안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국어 교사는 당황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수리비에다 3루블을 더 얹어주었다. “왜 이러십니까? 저는 작문은 잘하지 못했지만 학교를 나온 후 비로소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국어 교사는 그 아이를 보낸 후, “저는 그 3루블의 지폐를 쥐고 오래도록 앉아 울었어요.”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동료 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아이가 텔레비전을 수리하고 있을 때, 저는 그가 이전에 내 수업 시간에 앉아 있던 그 아이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괴로웠던 것은, 교사인 우리가 게으름뱅이며 희망이 없다고 보았던 바로 그 ‘40점짜리’ 학생에게 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기능공으로서의 재능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한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학생’에게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실책이었지요!”

한때 세간에서 인기를 얻은 유튜브의 한 동영상 ‘학교를 고발합니다’의 첫머리에는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런데 만약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평가하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학교는 그 물고기에게 나무를 타고 내려오게도 시키고 심지어 단축 마라톤도 하게 만든다. 그게 학교의 자랑인가요?”라고 말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교사인 우리는 오늘도 자기 수업 시간에 우울한 얼굴로 앉아 있는 ‘수리공인 사람’에게 눈총을 보내고 있진 아닌지, 자기 교실에 앉아 있는 조슈아 벨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학생에게만 해당할까? 주변의 동료 교사 역시 교실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조슈아 벨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 교사들은 매일 만나는 학생들을 평가의 수단이 아니라, 학부모가 아닌 부모의 마음으로써, 인간을 고귀한 목적 자체로 대우하라는 칸트의 사상처럼 인간 존중을 실천하는 휴머니스트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