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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를 10년간 15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8월 22일 교육부는 디지털 시대의 주인공이 될 100만 인재를 양성한다는 발표를 했다. 정부가 첨단 산업 분야의 교육에 대한 구상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대학을 비롯하여 교육기관은 발길이 분주해졌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교육을 주도했는가를 생각하면 교육기관이 가르칠 분야에 대한 선도적인 개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주도하기 전에 특히 대학은 미래를 예측한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여 정부로부터 역공격을 받은 꼴이 되었으니 대학이 정부의 시녀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학은 그간 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충원에만 신경을 쓴 것이 사실이다. 배울 사람이 있어야 가르침도 있기에 대학은 학생 충원에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는 사이 정부는 반도체 및 디지털 분야의 인재 양성이라는 어젠다를 발표함으로써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은 할 일이 추가되었다.

산행도 선두보다는 후미가 힘들 듯이, 무슨 일이든 선도하는 것보다 따라가기가 더 어렵다. 정부가 반도체·디지털 분야의 인력 양성에 대한 과제를 제시했으니 각급 교육기관은 추진할 수밖에 없다. 타당성이나 실행 방법을 논할 때는 지났다. 고등학교 이하의 교육기관에서는 관련 교과목 시수 증가에 따른 전반적인 교과목 시수 조정을 해야 한다. 정부는 각국 학교에서 디지털 관련 분야의 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연간 양성되는 정보 관련 분야의 교사 수를 감안할 때 디지털 교육을 위한 교원 확보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분야의 교사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교원 양성기관에서의 증원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당장 교사 양성을 위한 정원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향후 4년 이후에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적한 문제를 그대로 두고 5년간 인력 양성 목표치만 제시한 교육부의 성급함이 얼마 전 해프닝으로 끝난 ‘5세 조기 입학제’와 다르지 않다.

정부의 인력 양성 계획과 관련하여 대학도 신경 쓸 부분이 산적하다. 대학은 인구 감소로 인해 정원을 줄어야 함과 동시에 디지털 분야의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중의 고민을 해야 한다. 아울러 관련 분야의 교원 확보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분야는 첨단 분야의 실습이 요구될 것이므로 시설이 필요할 텐데 교원 확보만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시설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요구되는데 목표연도까지 목표치에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예측이 빗나갈 경우다.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의 토대가 되는 자료는 향후 5년간 수요 인력을 73만 8,000명으로 추산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자료를 기초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는 디지털 분야 인재 양성 규모를 정부 재정 사업 기준으로 약 9만 9,000여 명이 양성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향후 5년간 양성 인력은 약 49만 명인데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예측이 어긋날 경우 급변하는 사회에서 대형 실업 사태로 이어지게 되어 고급 인력의 낭비가 초래된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전공과 일의 불일치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지난달부터 온통 ‘000만 명 인재 양성’이란 말로 교육 분야가 쓰나미를 만난 듯하다. 반도체·디지털 분야가 교육의 전부인 것 같아 혼란스럽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지만,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교육의 특성상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정신으로 신중한 계획과 예상되는 문제점을 검토한 후 추진되어야 한다. 한 가지 교육개혁안이 계획되어 실행되기까지에는 관련 기관과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협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