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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컬럼비아 대학 교수인 토리 히긴스(Tory Higgins) 연구진은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그것은 인간이 갈등을 해결하는 2가지 동기였다. 첫째는 변화적 동기(locomotion)에 기초한 것이고 둘째는 조사적 평가(assesment)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전자는 어떤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제3의 상황이나 국면으로 전환해서 그 갈등을 벗어나려는 의도이고 후자는 세부적으로 어느 쪽이 더 잘하고 부족한가 또는 더 정당하고 합리적인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고 따져서 갈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나을까? 연구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를 제시한다. 일상적이거나 심각하지 않은 갈등이라면 이동이 더 낫다고 한다. 왜냐면 갈등을 대결 구도로 구구절절하게 풀어나가기보다는 갈등을 잊고 분위기를 바꾸자는 방식이 갈등을 더 잘 해결하도록 돕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에 갈등이 심각하고 매우 비중 있는 것이라면 조사적 평가를 중심으로 한 동기가 지혜로운 해결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왜냐면 갈등의 이유와 갈등 당사자의 주장이나 입장에 대해 정밀한 비교와 평가가 있어야만 이후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김경일, 2022)

이를 일상의 사례에서 찾아보자. 식당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음식이 나왔을 경우이다. 역시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작동한다. 하나는 그냥 건져내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왜 음식에 이것이 들어 있나에 대한 이유를 알고자 하는 경우다. 전자의 방식은 그다음 단계 즉 ‘먹기’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경우에 대개는 따지지 않는, 성격 좋다는 말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 하지만 후자는 왜 그런지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해서 진척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진실을 알지 못하니 진짜 원인이 영원히 묻히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자처럼 둔감한 성격과 후자처럼 꼼꼼하고 예민한 성격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학교에서는 위 두 가지 방식의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학생들의 리포트나 과제 연구를 지도할 때 가설이 틀렸거나 보고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조금은 엄격하고 냉철하게 지도하는 경우와 오탈자와 문법 등을 별로 문제 삼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큰 뜻이 통하는 경우를 병행하여 지도하는 경우다.

바로 여기에 주어진 여건에 고마움을 간직하는 방식 즉, 감사(感謝)의 마음이 필요하다. 이는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왜냐면 어려운 여건이나 환경 속에서도 자신에게 여전히 허락되고 있는 것에 고마워하는 생각과 행동은 현재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심리적 고통의 양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감사를 가장 강력한 자기 보호 기능이자 적극적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똑같이 물리적·신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고마움을 찾고 느끼는 경우는 이른바 긍정의 힘을 길러 주어 현실 부정을 통한 마취 효과의 작동보다 오히려 희망을 품도록 만들고 결국은 회복탄력성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청소년 교육은 ‘고맙다’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즉 그들만의 감사 표현 “쌩유” “감사해~” “고마워!” 등 표현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의 부족함을 보완해주는 또래들과, 더 나아가 가족, 부모, 교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인성을 함양하는 것이기도 하다. 청소년은 무엇이든 해보지 않으면 민망하고 어색해한다. 또 고마워할 이유를 잘 만들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엔 '도와달라'는 말의사도 권장할 만하다. 왜냐면 이 말은 같은 편이라는 소속감,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감사의 말은 결국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효과를 낳아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키우고 나누고 배려하는 인성을 기르는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