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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 허준이(許埈珥)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았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 상은 만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수여되는 최고로 권위 있는 상이다. 노벨상에 수학 분야가 없으므로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그는 양친의 미국 유학 시절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석사)까지 나온 사실상의 한국인이다.

허준이 교수는 어릴 때 수학에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시인이 되고 싶어서 1학년을 다니다가 자퇴하고 문학 서적을 읽는 데 심취했다. 그러다가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마치고 대입 수능을 통해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이때부터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3학년 때에는 물리학을 포기하고 수학을 복수 전공을 하는 바람에 물리학 관련 일부 과목에서 D, F 학점을 받아서 학부를 6년간 다녔다. 이쯤 되면 학사 경고를 받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대학원에서는 전공을 수학으로 바꿔 석사 과정을 마쳤고, 이후 미국에 가서 미시간대학에서 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 공부하는 동안 허준이 학생에게서 수학에 천재적 자질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구구단도 늦게 깨치는 등 남들보다 학습 속도가 더뎠고, 낙오자가 겪는 자퇴·과락·전과 등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의 부친은 아들이 집안 내력으로 수학·과학적 적성은 있었으나, 특별히 머리가 좋은 편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시절 건강도 좋지 않아서 야간 자율학습을 빼달라고 요청했으나 학교에서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거부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허준이 학생에게 학교는 여러 면에서 ‘궁합’이 맞지 않은 곳이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공부하고는 인연이 없다고 판단하고 다른 길을 갔을 것이다.

허준이 교수가 노벨상보다 더 권위 있다고 하는 필즈상을 받게 된 배경에는 ‘늦게 개발된 잠재능력’이라는 학문적 자산이 버티고 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는 그의 성격이었다. 그는 “먼 길을 돌아서 내 일과 적성을 찾았지만, 그 길이 나에게 가장 알맞은 길이었던 것 같다.”라고 술회한다. 허 교수에게는 우회한 길이 결코 먼 길이 아니고, 여유를 갖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능력이 발휘되지 않았다고 그는 조기에 자신의 한계를 긋지 않았다. “목표를 미리 정해두면 마음이 경직되기” 때문에 수학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는 목표도 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는 외국인에게 더 유명하다. 뭐든지 빨리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그 결과 건물과 교량 등이 붕괴하는 등 각종 대형사고로 큰 대가를 치렀다. 부모는 자녀가 조기에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달한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빨리 피는 꽃이 있는가 하면, 늦게 피는 꽃도 있지 않던가?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노력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송나라의 한 농부처럼, 조급한 마음에 ‘발묘조장(拔苗助長)’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자하(子夏)가 노나라의 한 고을에 재생이 되자 스승을 찾아가 정치하는 방법을 물었을 때, 공자는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라. 급하게 서두르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라고 조언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한계를 미리 긋고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인생은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이니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일찍 꽃이 피지 않는다고 싹을 잘라서는 영원히 꽃이 피지 않는다. 허 교수는 “생각대로 삶이 풀리지 않더라도 조급하거나 집착하지 않았다.” 인간의 잠재능력은 무한한데, 개발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의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허준이 교수가 받은 필즈상이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