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한비자(韓非子)』의 「공명(功名)」 편에는 “한 손으로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一手獨拍 難疾無聲)”라는 말이 나온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줄여서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 하였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하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존재가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엇박자나 불협화음으로는 뜻을 이루지 못한다.
어미 닭이 알을 품고 병아리로 부화하기 위해서는 36~38도 정도의 온도와 60~70%의 습도를 유지하면서 21일이 지나야 한다. 이러한 외적인 조건이 맞을 때 병아리가 부화하는데, 이때 어미 닭은 부화 직전에 알 속에 있는 생명체가 알을 쪼는 소리를 듣고 바로 그곳을 쪼아야 병아리가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중국 송나라 선종(禪宗)의 대표적인 불서(佛書)인 『벽암록(碧巖錄)』 「공안집(公安集)」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나온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껍질을 쪼고 어미 닭이 알 밖에서 같은 곳을 동시에 쪼아야 알이 깨진다. 안과 밖에서 병아리와 어미 닭이 ‘고장난명’하는 과정을 ‘줄탁동시’라 한다.
교육자는 학습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혜안(慧眼)이 있어야 한다. 학습자의 학습요구를 무시하고 자기 방식대로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한다면 효과가 없다. 일방적으로 가르친 교육자는 자기는 열심히 가르치는데 학생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푸념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학생의 손바닥은 그냥 두고 교육자 자신의 손바닥만 치려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교실은 교육자의 독무대가 아니라 학습자와 함께하는 연극의 무대다. 교육자는 어미 닭이고 학습자는 알 속에 들어 있는 병아리다. 교육자는 알 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소리와 움직임을 들을 수 있는 청각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청각을 지닌 교육자가 진정한 교육자다. 학습자가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를 위한다고 껍질을 깨주어서는 생존하지 못한다.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브라질의 교육학자인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1970년대에 문제제기식 교육(problem-posing education)을 주창했다. 이것은 교육자와 학습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수-학습 방법이다. 그는 교수자 주도의 일방적 교수방법인 은행저금식 교육(banking education)에 반대했다. 이것은 교육자의 지식을 학생의 머릿속에 주입하는 방식의 교육이므로 학습자의 창의성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프레이리는 ‘고장난명’의 교육 원리를 깨달은 것이다.
그는 글 모르는 성인들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일방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다. 글 모르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서 교육의 소재를 찾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사전에 학습자의 현실을 파악했다. 예를 들면, 글 모르는 사람들이 처한 ‘빈곤’의 문제를 교육의 소재로 삼았다. 학습자들은 자기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가 주제가 된 수업에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단기간에 수업에 참여한 성인들이 편지를 쓰고 간단한 세상 돌아가는 문제를 논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프레이리의 교육방법’이라고 칭할 정도로 효과적이었고, 그를 세계적인 저명인사로 만들었다. 소위 구성주의(constructivism)와 일치하는 프레이리의 교육방법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주된 역할이라고 착각하는 교육자들에게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는 교육현장의 보편적 문화가 되었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교사가 폭행죄·성추행죄 등으로 처벌을 받은 일이 실화로 전해지기도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잠자는 것이 어디 학생만의 책임인가? 잠을 재운 교사의 책임이 일차적이다. 수업이 일방적일 때 학생들은 흥미를 잃고 잠을 잔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유일한 방법은 ‘고장난명’의 교육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수업은 일방적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있는 한 편의 연극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