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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난다. 매일 만나는 인연을 잡지 못하면 사라지고 만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을 아름다운 인연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그루의 나무와 한 포기의 풀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사물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새로운 인연이 탄생한다. 인연이 많을수록 삶은 풍성하고 행복해진다. 삶을 살아오며 만난 나의 소중한 인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4년 7월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본 미인송(금강송)은 구룡연의 갈라진 바위틈 사이로 뿌리를 내려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금강송의 모습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았고, 2015년 송도에 자립형사립고를 개교하면서 금강송을 우리 학교의 나무로 정했다. 새로 개교하는 학교가, 그리고 모든 학생이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금강송의 기상과 절개를 닮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교목인 금강송을 교정에 심고자 정보를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금강송이 분포하고 있는 지역은 경북 울진군이었다. 곧바로 울진군에 연락하여 학교와 울진군청이 MOU를 맺을 것과 금강송 지원을 요청했다.

군에서는 흔쾌히 우리 학교에 금강송을 기증했다. 3년간 매년 4월 1일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학교와 주변의 노벨동산에 583주의 금강송을 식목했다. 나무를 심을 때면 미래의 울창한 금강송 숲을 그리며 행복한 상상을 하곤 했다. 7년여가 지난 현재 노벨동산의 금강송은 푸른 숲을 이루고 피톤치드를 발산하고 있다. 이곳의 금강송도 누군가의 인연이 되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후배들이 금강송의 조상이 600년 된 대왕송이라는 것과 노벨동산에 오게 된 사연을 알게 되면 의미와 가치는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금강송 한 그루마다 사연 깊은 이야기가 쌓여갈 것이다. 2004년 금강산 탐방 때 가슴속에 담았던 금강송과의 인연이 아름다운 결실을 본 것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교보문고 사훈은 한 권의 책이, 한 편의 시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통찰하는 뜻깊은 인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의 시 ‘방문객’과, “노랑제비꽃 하나 피기 위해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라는 반칠환의 시 ‘노랑제비꽃’은 나로 하여금 어떻게 학생을 맞이하고 교육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했다. 시와 내가 맺은 아름다운 인연으로 학부모와 학생을 바라보는 나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맺어진 인연은 가장 소중한 인연으로 평생을 좌우한다. 그중에서도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일생에서 소중한 인연 중 하나이다. 교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학생의 가슴 속에 남아 평생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인연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교사의 사려 깊지 못한 말이 학생에게 트라우마로 남는 일도 있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 가창시험에서 음악 선생님께 들었던 '너는 음치야'라는 말 한마디에 평생을 음치인 줄 알고 살아왔다. 노래방 가기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합창부원으로 활동했는데도 말이다. 교사는 학생들과의 만남을 매 순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단지 지식의 전달자 역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자의 행복한 인생을 함께 설계하는 멘토로서의 인연을 맺어야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인연은 우리 주변에 많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에서 항상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연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함께 공유한다면 아름다운 인연은 탄생할 것이다. 오늘 지면을 통해 만나고 있는 독자 여러분과의 아름다운 인연에 감사드린다. 지금 당장 좋은 인연, 아름다운 인연을 찾고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삶이 풍성하고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