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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사에서 1990년대 지식정보화 사회는 인터넷을 자유롭게 탐색하는 M세대를 낳았다. 2009년 이후 디지털 문명사회는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을 마치 자신의 오장 육부처럼 애지중지하며 살아가는 포노 사피엔스인 Z세대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모두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으로 SNS를 즐기며 나아가 온라인에서 가상의 신대륙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다양한 게임을 기반으로 24시간을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MZ세대라 불리는 이들 20~30대의 젊은이들은 실제 현실과 게임 속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identity)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는 일상에서 SNS의 생활화를 넘어서 디지털 세계에서 정의되는 자신과 실제의 자신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습성이 Z세대의 기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예컨대 디지털 환경 속에서 게임을 즐기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회를 이해하고 세계관을 만든다. 여기에는 최근 새로운 삶의 공간이 된 메타버스가 있다.

최재붕 교수는 신인류라 분류되는 MZ세대들을 디지털 신대륙에서 영토를 넓혀가며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는 ‘슈퍼 사피엔스’라 부른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이더리움(Ethereum)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다. 그는 열다섯 살인 중3 때 암호 화폐와 관련된 첫 논문을 썼다. 수학과 코딩을 좋아하는 그는 과학 올림피아드에도 관심이 많았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비트코인을 접하게 되었고 점차 많은 논문을 쓰면서 당당하게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를 2학년에서 중퇴하고 현재는 암호 화폐계의 최고 권위자로 활동한다. 그는 1995년생, 만 27세의 청년이다.

그가 이렇게 성공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15세부터 19세까지 4년 동안 디지털 신대륙에서 타인과 교류하며 지식을 흡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다시 커뮤니티로부터 검증을 받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이더리움을 만들었다. 현재 이더리움의 가치는 무려 442조 원이라 한다. 그는 디지털 신대륙에서 코딩을 시작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이처럼 천문학적인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2022년 3월, 부테린은 <타임>지의 표지모델이 되었다. 그의 말 한마디는 미래 디지털 금융, 아니 디지털 신대륙 문명 표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멘트가 되고 있다. 이렇게 그는 슈퍼 사피엔스의 강력한 모델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슈퍼 사피엔스들이 점차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이 전화를 받고 손님의 음성을 인식하여 예약을 받는 KT의 서비스인 ‘테이블매니저’ 회사를 창업한 26세의 최훈민,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코딩에 재미를 느껴 IT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그런데 학교의 교육과정과 기대보다 낮은 수업, 특성화고임에도 불구하고 수능 공부에 치중하는데 실망하여 자퇴한 후에 대안학교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코딩 공부를 하고 졸업 후 바로 창업을 했다. 그는 이런 과정이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벤처케피탈로부터 투자금만 6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가 바로 한국의 슈퍼 사피엔스의 한 사람이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겐 새로운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것은 수능 만점자가 아니라 SKY대학의 합격자가 아니라 자기 인생을 신대륙에서 맘껏 펼치는 게임체인저와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영웅이다. 우리 교육은 이제 학생들에게 디지털 문명의 부작용이 아니라 혁신과 가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긍정 효과를 말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고 세상을 바꿀 꿈을 키워야 한다. 여기엔 디지털 문명의 대전환기에 따른 국가적인 투자와 희생,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원주민인 우리 청소년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사랑하고 그들에게 메타버스, 인공지능, NFT 등에 도전하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