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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돌고 도는 가운데 진보(進步)한다고 했던가. 세계사적으로 한때 남다른 교육사상을 가지고 교육계를 지배했던 역사적인 인물을 다시금 우리 교육에 소환하고자 한다. 바로 교육자이자 목회자, 정치가, 역사가이며 시인, 저술가, 탁월한 언어학자였던 덴마크의 그룬투비(Nikolai Grundtvig, 1783-1872)다. 그는 한평생을 시민교육과 계몽에 앞장섰다. 특히 그의 교육사상은 학교란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교과서 대신 ‘살아있는 말’을 중시하고 학생들에게 위에서 아래로 지식을 심어주기보다 그들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오늘날의 선진 덴마크 교육은 그룬투비의 교육철학에 의한 성공의 결과다. 세계 행복지수 1위의 국가인 덴마크는 그가 설립한 ‘자유학교’의 교육철학에서 힘입은 바 크다. 이는 국가를 위한 학교가 아닌, 시민의 삶을 위한 학교였다. 그룬투비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역동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와 건강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학생용 자유학교와 성인용 자유학교를 설립했던 것이다.

그의 구체적인 교육실천을 살펴보자. 그룬투비는 노트에 필기하고 시험을 치루어 점수를 받는 방식이 좋은 교육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에게 좋은 교육이란 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170년 전에 뿌린 이런 그룬투비의 신념에 따라 덴마크의 자유학교는 개교 때부터 학생들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는 것을 중시했다. 그래서 자유학교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정신으로 학교에서 다 가르치기보다 학교를 나온 뒤에 더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즉, 스스로 인생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것이 자유학교의 졸업장인 셈이었다.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의 국가가 된 데에 대해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우리 덴마크인들은 참 행운아들입니다. 우리 역사에 그룬투비 같은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그는 민주주의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주장했습니다. 민주 헌법보다 중요한 것이 시민의 자유, 시민의 각성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시민교육에 열정을 바친 겁니다. 오늘날 그는 덴마크의 좌파, 우파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오늘날 ‘교육 지옥’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이 행복 사회로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금 그의 교육철학을 소환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학교는 이제 공립이든 사립이든, 일반교든 특성화교든, 정규학교든 대안학교든, 모두 ‘즐거운 교실, 행복한 인생’을 지향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청소년 자살률 1위와 최저 출산율의 국가로 ‘헬조선’에서 벗어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학교는 지금처럼 온통 경쟁을 통한 진학과 취업 준비 학교로의 기능만 남아 교육이 돈과 밥벌이 수단으로의 전락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제는 학교 교육을 통해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를 더 생각하고 그것이 문화로 정착되는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서구 유럽이 한 일을 우리도 할 수 있다.

학교는 더불어 관계 맺기의 행복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려면 교실에서부터 사회를 체험하고 교실에서 통(通)한 것이 사회에서 통한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교실과 사회에서 자기 인생을 자유롭게 운영하고 아울러 함께 즐거이 연대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여기엔 공립, 사립의 구분이 없다. 모두가 틀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자유로운 인간을 키워내는 학교는 바로 그룬투비의 철학을 실천하는 교육의 핵심이다. 학생들을 즐겁고, 자유롭게 하는 교육, 이는 우리와는 관계가 멀다고 간주하기보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중시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교육을 살리는 모토로 삼는 포용력과 비전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