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월 18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출범하고 신·구 정권 간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교육 분과위원회’는 현재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업무를 다루는데,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분과 위원에 교육 전문가가 배제되었다는 이유에서다. 교원단체들은 인수위원회의 과학기술교육 분과 전문위원과 실무위원 인선에 대해 교육 분야 홀대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역시 ‘교육을 배제한 인수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서는 과학기술교육 분과 인수위원이 과학·미디어계 출신으로 채워졌고, 새 정부 조직 개편에서는 ‘과학’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한다. 인수위원회 분과 명칭에서 ‘교육’이 ‘과학기술’ 뒤로 밀린 것에서 보듯이,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면 ‘과학기술교육부’가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과학기술계 인사가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교육 분야가 소홀히 다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과 ‘교육’을 물리적으로 통합하여 ‘교육과학기술부’로 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데자뷔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교육’과 ‘과학기술’을 또다시 분리되어 ‘교육’은 ‘교육부’로, ‘과학기술’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분리했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권력은 예외 없이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일에 정열을 쏟았다. 필요할 경우 조직 개편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불요불급(不要不急)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전 정권과 차별화를 위해 조직에 손을 대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혼선만 가중될 뿐이다. 특히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교육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초석이기 때문에 백 년 앞을 내다보아야 할 큰 계획이라는 뜻이다. 교육은 중대한 일이어서 멀리 내다 보고 큰 틀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기에 붙였다 저기에 붙였다 하는 것이 교육 분야다. 교육부의 명칭이 문교부·교육부·교육인적자원부·교육과학기술부를 거쳐 교육부로 자리 잡는가 했더니 또다시 교육부를 다른 부서와 융합할 모양이다. 교육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가 인수위원장으로 있으니 심히 우려된다.
만약 ‘교육부’가 ‘과학기술교육부’로 개편된다면 교육은 과학기술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교육을 과학기술과 통합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학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는 침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그러한 분야는 대학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 사회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 분야가 조화롭게 융합해야 하는 사회가 되리라고 전망하는 학자들의 견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 분야는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21세기 들어와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평생교육까지 포함되므로 전문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교육 분야만을 관장하기도 쉽지 않아서 교육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업무가 이리저리 오간다면 문제가 더욱 커질 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주요 정치적 일정마다 교육부 폐지론이 등장했는데, 합리적인 원칙이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외친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교육부가 교육기관, 특히 대학을 일렬로 줄 세우고 통제한다는 것이 가장 큰 폐지 이유였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될 것을 폐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급변하는 사회에서 국가적 차원의 교육정책과 미래의 인재 양성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교육부의 혁신이다.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인재 육성에 머물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미흡하므로 이에 관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일이 급선무다. 오는 7월 21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원회와 팀워크를 이루는 교육부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