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모든 인간은 생노병사(生老病死), 흥망성쇠(興亡盛衰)의 변화 과정을 겪는다. 이는 종교적, 철학적 사상을 불문하고 동서고금에 걸쳐 불변의 진리로 통한다. 혹자는 어리석게 이를 역행하려 발버둥 쳤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불로초를 구해 신체 노화 과정을 거슬러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진시황도 결국 부질없는 행태로 생명의 종말을 막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역사는 그의 생애 변화 과정을 기록하였고 후대인들은 이를 엄격한 평가와 함께 보전할 뿐이다. 문제는 그의 변화의 과정이 어떤 의미를 남겼는가 하는 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단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명제만이 변하지 않을 뿐이다.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역사에서 ‘정의’는 없다고 단언하며 역사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위대한 상수(常數)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즉,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라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를 평생교육의 시대라 지칭한다. 따라서 결코 배움을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 되었다.

배움은 만물(萬物)을 통한 깨달음이든 누군가의 가르침에 의해서든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동서양의 위대한 인류의 스승에게 배운 제자들이 모두 한결같은 것은 아니었다. 공자는 3,000명이 넘는 제자 중에 안회 같이 배움에 괄목상대한 수제자가 있는가 하면 재여 같이 중도에 배움을 포기하고 뛰쳐나가 결국 범죄자로 극형을 당한 제자도 있다. 그뿐이랴. 인류를 구원한 예수에게도 그의 12제자 중엔 베드로와 같은 애제자가 있는가 하면 스승을 배반하여 팔아넘기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다와 같은 제자도 있다. 무엇이 동문수학한 제자들조차 이렇게 극과 극의 결과를 초래했는가?

그것은 바로 스승의 가르침을 적극적인 배움을 통해 삶에서 올바른 변화를 이루어낸 결과가 아닌가. 그래서 교육은 한마디로 ‘인간의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라 정의하기도 한다. 이처럼 배움은 적극적인 의지와 자발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변화의 유무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얼마나 충실하게 역할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야만적인 경쟁이 낳은 교육의 병폐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 단적인 예로 공부의 달인이라는 학생들이 법대와 의대에 진학하고 그들이 사회에 진출한 후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법농단과 집단적인 파업이란 이기적 행태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그것은 더불어 살아가고 나누고 베풀며 봉사하는 시민 의식과 책임감에 앞서 약자를 지배하고 무시하거나 공익에 눈을 감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집단적 행태로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이는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의 변화를 이루지 못한 배움의 부정적 결과다.

우리는 새 정부의 교육부 수장의 임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6월의 지방선거에서는 전국에서 열일곱 명의 교육감을 새롭게 선출한다. 교육계의 수장을 중심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등과 대학교육이 나라의 미래가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는 중차대한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조차 교육계를 패싱하거나 다가올 교육감 선거에 국민의 무관심은 말로만 교육개혁을 부르짖고 그 결과는 누더기가 된 현재의 교육을 결과물로 남길 뿐이다.

우리에게는 백년대계 교육에 대해 분명한 철학과 미래지향을 바르게 세우는 변화가 절실하다. ‘변화야말로, 모든 배움의 결과물’이라고 미국의 작가 부스 캘리아(Leo Buscaglia)는 말했다. 이제 배움은 국가를 세운 교육입국(敎育立國)을 넘어 새로운 교육과 그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에 국민과 국가의 마음이 실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