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우리의 미래는 ‘연결’을 넘어 ‘초연결’의 시대로 무한확장될 것이다. 이는 현재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융합’과는 다른 개념이다. 왜냐면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해지는 융합과는 달리 각자의 독자성을 유지하며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협력한다는 개념이 바로 연결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VR(가상현실)/AR(증강현실)/MR(혼합현실), 블록체인(Blockchain), 메타버스(Metaverse) 등 초연결의 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주어진 단순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보다는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엔 상상력, 즉 ‘생각하는 힘’을 갖춘 인재들이 절대적이다.

잠시 역사의 인물을 살펴보자. 조선 말기의 실학자이자 개혁가, 그리고 어문, 역사, 지리, 과학, 의학, 예술 등 학문 전 분야에 걸쳐 500권 이상의 저술을 남긴 박학다식(博學多識)한 학자! 이름만 말해도 바로 짐작이 가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다. 그는 유교 경전을 해석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다방면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이른바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필자가 그를 다시 소환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융복합 시대를 넘어 연결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연결의 시대에 우리에게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한 마디로 지나친 지식 전수형 교육은 종말을 선언해야 할 때이다. 지금 이 시대는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만 기능하는 인재가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성을 터득해갈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즉, 과거처럼 각종 전문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그때마다 필요한 지식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인재 말이다. 여기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이 적격이다. 또한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는 인재이다.

일찍이 호학의 성인이자 인류의 스승인 공자는 “배우고 이를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悅乎)”라 했다. 또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 했다. 이는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는 지식 창출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지식은 금방 낡은 지식이 되고 일자리의 탄생과 소멸이 빈번한 세상이다. 그래서 이제는 필요할 때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여기엔 바로 배움의 즐거움이 절대적인 작용을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야만적인 경쟁교육과 산업화 시대에나 통하던 주입식 지식교육이자 몰개성적인 입시 교육이 구태의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여기엔 벤치마킹이란 이름으로 과거 성공한 지식과 이론을 그대로 답습하던 관행의 연장이 특징이다. 이는 학습한 적이 없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배움의 즐거움은 알 수도 없고 키울 수도 없다. 결국 배우는 즐거움 없이는 어떤 교육개혁을 부르짖어도 허공을 맴도는 구호일 뿐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가? 낮에는 학교에서 내신을 밤에는 학원에서 입시를 위한 공부가 결코 즐거울 리가 없다.

이제 우리는 미래 세대가 배움의 즐거움을 무기로 학교 밖 세상에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얼마나 많이 아는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으로 새로운 시대를 헤쳐나가야 한다. 세상은 날로 더욱더 연결되어 가고 이제는 초연결 시대라 부르지 않는가. 따라서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생각의 능력을 키워 살아가는 것은 현 교육시스템을 넘어서야만 가능한 우리 교육의 당면 과제이자 우리의 생존(生存)이 걸린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