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서울 해성국제컨벤션고등학교 교장

‘코이의 꿈을 찾아라’ 저자

제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돌출 변수가 밀물처럼 다가왔다. 온라인 수업의 상호작용은 현실이 되었고, 온오프믹스 협업 수업이 지속 가능한 교수학습법이라고들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학교 현장의 변화를 해석하고 실천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이러한 태풍의 눈 속에서 학교 교육도 우주 만물을 아우르면서 순행하는 대자연의 진리처럼 규칙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상호작용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

우리는 대자연의 질서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은 불변이다. 이는 수억 년 동안 이어져 온 것으로 예외가 없다. 지구는 시속 약 10만km(108,000km/h)로 공전함과 동시에 약 1,600km(1,675km/h)로 자전을 하고 있다. 자연의 법칙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순환을 반복하듯이 학교도 교사와 학생이 공동의 생존을 위한 학생, 교사, 교육 공간, 교육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끊임없는 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코로나 블루로 인해 학교 현장에선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럴수록 공부에 대한 지나친 우열에 빠져들지 않고 정신적인 건강과 행복의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매년 봄은 자연의 순리대로 빠짐없이 찾아오고, 봄이 오면 꽃도 정해진 순서대로 피기 시작한다. 매화, 개나리, 벚꽃, 철쭉 순으로 봄의 소식을 전해 준다.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조금 빨리 시작하여 공부를 좀 더 잘하는 학생도 있고, 좀 늦게 출발하여 뒤늦게 성공하는 학생도 있다. 모두가 동시에 잘할 수가 없다.

영화 제작사에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주연이 왜 안 될까? 나는 심부름만 해야 할까? 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내가 주연을 하면 영화를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심부름을 하는 그 일이 딱 맞을 수도 있다. 그때그때 마다 자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으며, 자기만의 꽃을 피울 때 가장 아름답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주위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지금 주위 사람들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저 친구 때문에 죽겠어. 누가 어떻게 하든지 반문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엄청난 투자를 해서 이익을 내고 있으면 그 사람도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아서 오히려 나도 좋아진다.

아프리카 대륙의 탄자니아 서부에서 케냐 남서부에 걸쳐 있는 세렝게티(Serengeti)라는 초원이 있다. 세렝게티 초원에는 건기와 우기가 있는데 기후에 맞춰 유연하게 이동하는 동물만이 변화의 세계에서 살아남는다고 한다. 우기인 2월의 남쪽 초원에는 출산을 위해 야생 동물들이 다 같이 모여 새끼를 낳는다. 광활한 초원에는 마땅히 은폐할 곳이 없어 포식자들의 눈이 잘 띄지 않게 군집을 이뤄야 출산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새끼들은 태어난 지 두어 시간 만에 일어나야만 포식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갓 태어난 새끼들은 다리의 힘이 없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해 어미들은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애가 탄다. 새끼들은 온갖 힘을 다해서 몇 번이나 되풀이하다 기어코 일어나게 된다. 어미의 간절함과 새끼들의 생명에 대한 강한 의지로 어미와 함께 넓은 초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러한 놀라운 생명력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하고 위대한 것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초원에 사는 어미의 간절한 마음처럼 학생들에게 행복 교육이 우선이다. 자신의 체감 온도에 따라 평온하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면서 참된 행복을 찾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에 질문에서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또 학생들에게 자기 진로에 부응하는 행복의 조건들을 제시한다. 즉, 교사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학생들에게 자기의 경험과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면 가장 빛나는 교육이다. 마찬가지로 ​학생이 어떤 환경과 기질로 태어났든 간에 각자의 상황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블루로 인해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앞으로 예전의 교실 풍경 그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못내 그립고 아쉽다. 하이브리드 교육 여건상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면서 온오프믹스 시대가 되고 있다. 학생들과의 만남이 점차 줄어들고, 서로 어울림과 나눔의 교육환경이 줄어들어 학생들의 꿈을 키워야 할 기회조차 사라질까 안타깝다.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진정 고통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를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