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일

의정부 경민비즈니스고등학교 교사

작년 8월 23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발표를 했다. 2025년 전면실시를 앞두고 2022학년도부터 특성화고와 일부 일반고에서 고교학점제가 실시된다. 우리 학교도 이 제도 실시를 앞두고 교무부를 중심으로 전 선생님이 분주히 움직이며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한쪽에서는 고교학점제 실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현장을 너무 모르는 졸속 강행이 아니냐라는 의견과 고교서열화나 현 대입제도 하에서 과연 효과적일까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러기에 고교학점제 실시에 대한 현직 교사의 찬성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제1호이며, 이 제도를 실시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매우 강하기에 이견은 묻힐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대변화와 함께 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반영한 교육과정 개혁과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도 하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가 교육 혁신에 어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살펴보자.

첫째, 한국형 고교학점제와 전면 교과선택제의 만남이다. 학교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제공하고, 학생은 스스로 선택하고 학점취득(학업성취율 40% 충족)을 위해 노력한다. 학생은 ‘탐색-선택-관리-책임’의 프로세스가 자기 책임으로 귀속된다. 기존 204단위 대신 192학점 이수가 졸업의 조건이며, 졸업을 위한 자기 주도적 관리능력, 학생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교사의 교과전문성 향상이다. 일부 교사의 경우, 한 과목으로 버티던 시대는 갔다.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과목을 개설해야 하고 연구해야 한다.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다뤄야 하기도 하며 입체적인 수업 기술을 구사해야 한다. 쌍방향 수업활동과 학생 주체적 수업모형을 활용해야 한다.

셋째, 평가와 입시제도 변화의 과제이다. 수업과 평가의 혁신은 대입이라는 벽 앞에 멈춰 선 적이 많다. 석차등급의 한계 극복과 성취평가제의 활용이 대입 선발제도와 연동되어 있다. 수능시험과 내신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수능은 합격/불합격을 판정하는 자격고사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다. 대입 자격고사화와 고교 절대평가 전면 시행으로 ‘경쟁교육’에서 ‘공정과 공존교육’으로의 전환을 말하는 이도 있다. 과연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린 2028년 대입제도가 어떨지 궁금하다.

어느 시대나 개혁과 혁신에는 저항과 반발이 있게 마련이다. 큰 방향을 잡고 나아가되 섬세한 보완이 따라야 할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교육 혁신을 이끌 ‘ginger group’이 될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