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전부터 학생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비방이 있다. 일명 “교사 길들이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대상 교사를 정한다. 경험이 많은 교사보다는 혈기왕성한 젊은 교사쪽이 쉽다. 수업이 시작되면 딴청을 피우거나, 교사가 들릴 정도로 친구들끼리 말다툼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일부러 교사의 주목을 끈다. 교사는 그 학생을 불러낸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작전이 들어간다.

고육지계(?)를 담당한 그 학생이 교사의 화를 돋운다. 작전의 성공여부는 이 학생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상당한 연기력과 배짱을 가진 학생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대놓고 대드는 방법은 성공확률이 낮다.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은 잠깐 교사와 시선을 마주쳤다가 ‘꼴도 보기 싫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들릴 듯 말 듯’ 지저분한 욕설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젊은 교사라면 더욱. 이성을 잃고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다른 학생들은 이 장면을 촬영한다. 영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널리 퍼지게 되고, 학교에서도 외부인들이 다 알고 난 후에야 그것을 알게 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소한 시말서를 제출하거나, 심한 경우 전근이나 파면을 당하기도 한다. 그때부터 교사는 학생들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게 되고 학생들이 떠들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해도 야단치지 못한다. 작전 성공!

“애들한테 관심이 없어져. 선생이 애들한테 관심 없어지면 누구 손해겠어? 결국 자기들 손해야.”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가 학교에서 모든 종류의 체벌이 금지된 몇 년 후 한 말이다.

공부건 일이건 하기 싫은 일을 스스로 하는 것에는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 의지가 없다면 강제로라도 끌어줘야 하는데, 학교 안에는 더 이상 ‘강제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말로 해서라도 들으면 다행이다. 말로 해서 안 듣는 학생도 있다.

가르치는 교사는 어떻게 해서든 학생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안타까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학생에게 무관심해진다. 교사가 학생에게 관심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본인 맘대로 알아서 하고, 강제로 시킬 수도 없는 학생에게는 관심이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교사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학생은 입시나 취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얼마 전 부산시의회에서 발의된 학생인권조례가 보류됐다. 대세를 본다면, 지금은 보류됐어도 머지않아 통과된다고 보여진다.

학생의 인권은 보호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법이 생기는 것도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자유와 권리를 외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유를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