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우리는 흔히 『주역(周易)』을 점을 치는 책이자 미신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운세를 알고자 할 때 찾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원래 주역은 주나라의 역이라는 뜻이다. ‘역(易)’의 뜻이 ‘바뀌다’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주역은 변화하는 세상을 어떻게 살지를 가르쳐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이 책을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책으로 묶은 끈이 떨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고 전한다. 영어권에서는 『주역』을 ‘The Classic of Change(변화의 고전)’라고 번역하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경험하는 고비마다 이를 이겨나가기 위해서 변화하는 세상을 알고 스스로 변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면 ‘변화’는 단순히 고난을 이기는 것뿐 아니라 성공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도 꼭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한때 빌 게이츠(Bill Gates)는 “change에서 g를 c로 바꾸면 chance(기회)가 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변화만이 미래의 유일한 상수(常數)”라고 했다. 현대는 거대한 융합의 시대다.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고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철학과 IT가 만나는 시대다. 이런 시대는 한 가지 전문지식만으로는 창조적인 결과를 낳지 못한다. 따라서 지식인은 좁은 우물과 같이 한 가지만 익숙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아니라 더 크고 넓게 보는 통합적 인재인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 여기엔 교사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주역에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궁즉변窮即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라는 회자되는 구절이 있다. 이는 궁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주변 탓, 환경 탓을 많이 한다. 적어도 자기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나빠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여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교사는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은근히 학생의 탓으로 여기고 이를 불평하며 나무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학생과 연관되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사 자신이 변해야 한다. 예컨대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다고 보자. 그 원인이 무엇일까? 대개는 학생(들)의 게으름과 불성실한 학습 태도라고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궁극적으로 학력 저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심지어 더 나빠진다. 여기서 교사가 달라져야 한다.

리더(지도자)는 스스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 말의 유래는 멀리 고대 중국 은나라의 탕왕 시절로 넘어간다. 그는 세숫대야에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舊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 새겨두고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켜나갔다고 전해진다. 스스로 ‘진실로 하루를 새롭게, 날마다 새롭게, 또 새롭게’ 마음을 굳게 한 덕분에 탕왕은 중국 역사에 남을 훌륭한 황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는 학생들의 리더인 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국민행복지수 1위의 덴마크는 입학 후 6년~9년까지 동일한 교사가 담임이나 교과 지도를 담당하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왜냐면 교사들이 늘 새로운 것을 공부하여 학생들을 부모처럼 가르치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존재하기에 학부모와 사회는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는 과거와는 다른 교사와 학교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 변화는 교육입국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변화는 경쟁교육으로 타인에게 성공을 보이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 가치관의 확립, 그리고 인생관의 성숙을 도와주는 위기지학(爲己之學)으로의 기회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