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영원한 인류의 고전인 『논어(論語)』에는 스승 공자의 평범한 어록이 담긴 일상의 대화가 많이 등장한다. 스승과 제자의 다소 딱딱하고 훈육적인 것이거나 격식을 차리고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꾸민 말이 아닌, 반복되는 삶 속에서 제자들과 나눈 대화들이 대부분이다.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할까”, 즉 여지하(如之何)를 반복하며 궁리에 궁리를 더하는 정신은 왜 공자가 진정한 스승인지를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에도 학생 교육의 사표로 삼아 실천해야 할 것이라 믿기에 가히 교사의 행동강령이라 할 수 있다.

『논어』에 일관성 있게 등장하는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는 스스로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를 알려 주면 세 개 정도는 스스로 터득하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엔 직접 화법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여지하 정신’은 우리 사회 모든 조직에서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할 삶의 정신이다. 하지만 배움의 현장인 학교에서의 필요성은 그 어느 곳보다도 절실하다. 왜냐면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느냐는 평생을 좌우하는 경험을 축적하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일찍이 독일의 아도르노가 말한 ‘야만적인 경쟁교육’의 현대판 노예로서 쉼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도 기댈 곳이 있으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믿는 구석이 있으면 나태해지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기에 학생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인생의 과정에서 다른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과 분명 차이가 있다. 왜냐면 대학입시와 취업 준비, 자격증 시험, 공무원 시험 등등을 준비하는 일에 온 마음과 몸을 다해 몰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지하 정신을 극도로 활용해야 하는 시기다.

대한민국의 교사 집단은 학력(學力)이 높은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오바마 전임 미국 대통령도 재직 기간 중에 수차례에 걸쳐 ‘한국의 교육을 보라’ 말하며 높은 교육열과 함께 대한민국 교사의 수준을 부러워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런 인재들이 임용고사를 거쳐 초중고의 교육 현장에 입문하고 난 후에는 성장이 멈추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위 철밥통이란 안정적인 신분이 주는 나태함과 단견적인 교육방식에 의한 교육제도의 희생양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시기에 짧은 기간이나마 치열하게 살아 온 그들이 취업에 성공해 막상 교사가 된 후에는 상황이 거의 180도 달라진다. 이는 조직과 미래가 안정되면 안정될수록 여지하 정신이 쪼그라져 가기 때문이다. 즉 더 이상의 궁리를 하지 않아도 미래가 보장된다. 머리 아프게 연구와 궁리를 하지 않아도 중간은 가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국가적 인재 낭비이고 교육력의 손실이며 미래가 암울한 한심한 일인가.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은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할까?” 여지하 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 이는 진정한 교육적 시선으로 고민과 생각이 없는 인재 육성, 오래되어 낡아빠진 관행의 실천에 별다른 궁리 없이 만족하고 철이 지나 먼지만 수북한 수업 이론과 방식에 만족하며 특히나 입시교육에만 매몰되어 미래 세계가 요구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융합적인 인재 육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현실의 삶과 유리된 채 겉도는 지식은 또 어떤가. 성실과 모범생의 상징인 교사 집단이라 해도 교육적 성과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여지하 정신의 사망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는 것은 궁리에 궁리를 하지 않는 교사의 책임이 크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學而不思則罔)”고 하지 않나. 이제 교사들이 “어찌해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를 반복해서 궁리하는 여지하 정신의 동행과 실천만이 우리의 ‘교육지옥’이란 불명예를 걷어치우고 살아있는 교육으로 회생시키는 길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