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사

‘18세기 교실에서, 19세기 교사가, 20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된 지 21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세상은 많이 변했다.

교실은 교과 교실, 실험실, 실습실 등의 이름이 생겨나서 무엇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대폭적으로 늘어났고, 새로운 교습법을 교육받고 토론학습, 모델링, 아두이노, 코딩 등 새로운 교육으로 무장된 교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새로운 교육방법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모습은 어떠한가? 대학의 입시방법은 정책이 바뀜에 따라 요동을 쳤고 현재에 이르렀다. 입시 방법이 바뀜에 따라 고등학교의 교육은 춤을 추었고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크게 바뀌었다. 예전의 대학 진학에 우수한 평가를 받던 학생이란 학교의 모든 수업에서 우수한 두각을 나타내고 생활 태도까지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현재는 그렇지 않아도 충분하다 심지어 자신에게 필요한 수업만을 중시하고 그렇지 않은 수업은 기꺼이 열외를 시킨다.

수업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어왔고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교육자들의 그룹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가장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외국으로 달려가서 교육을 받고 자료를 조사해서 교사의 교육을 위해 준비한다.

그로 인하여 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이러한 시도들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러나 고등학교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설에 대한 변화도, 학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재단과 학교 관리자들의 마인드에 따라, 변화에 투자를 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들 사이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교사들에 대한 업무도 행정지원팀의 존재유무에 따라 행정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수업방법에 대한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져 있다. 아직도 19세기를 답습하는 교실이 넘치는 학교와 새로운 교구를 들고 수업하는 곳이 대부분인 곳까지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실에서의 목표는 하나다. 대학, 그것도 좋은 대학으로 가는 학생의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교육은 ‘현재까지 인류의 역사를 통해 학습하고 더 발전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대학에 들어가는 도구일 뿐, 그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지, 현재 나의 삶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이 하나의 독립된 위치로 서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또한 교사인 나는 변화하는 시대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지식과 용어와 학습에 사용될 도구들. 나는 어떤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20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라는 이야기가 당연한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