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학교에는 감정이 유난히 풍부한 학생(들)이 있다. 남들이 그냥 넘어가는 일에도 그는 툭하면 눈물이 터진다. 교사들은 이런 학생을 두고 감수성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보편적으로 감정이 메말라 가는 시대에 감수성이 풍부한 것은 좋은 일이다. 실제로 창의성과 예술성이 강한 사람은 감수성이 풍부하다. 왜냐면 자기 공감력은 물론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수성이 풍부한 학생을 가정과 학교에서는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먼저 인지할 사실은 감수성이 풍부한 것과 감정 능력을 키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감수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기질과 유사하다. 반면에 감정 능력은 다양한 상황에 맞게 사용하여 스스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정서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라면서 더 차분해지는 아이, 더 활발해지는 아이가 있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자기 개념’을 만들어 간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어떤 학생은 ‘나는 발표를 잘하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실제로 발표를 잘해서 박수를 받으면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느끼는 긍정적인 정서의 ‘자기 체험’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엄마가 사랑하는 아이구나’라는 자기 개념이 있는 아이는 아플 때 밤새워 곁을 지켜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우리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야’라는 포근하고 행복한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이 일치하는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자기 개념이 강화된다. 그래서 부정적인 자기 경험을 하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예컨대 발표를 못하거나, 엄마(교사)가 자기 말을 무시해도 자기 개념에 손상을 크게 입지 않는다. 결국 ‘컨디션이 안 좋아서 평소보다 발표를 못했다’, ‘엄마(교사)가 오늘 바빠서 정신이 없나 봐’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자기 개념이 튼튼하지 못한 아이는 부정적인 자기 체험을 하면 자기 개념을 수정해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발표를 잘못할 거야. 발표뿐만 아니고 다른 일에도 나는 무능해. 나는 비호감이야. 내 성격이 이러니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 라는 생각에 빠지며 더 나아가 아예 상황 자체를 부정한다. 바로 이렇게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이 불일치되는 상황이 문제다. 요즘 코로나 시대엔 이런 부정적 정서를 가진 아이가 많아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개인의 타고난 감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즉, 정서의 많은 부분이 선천적이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나 자매라 하더라도 개인의 개성과 의견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둘째, 부정적인 정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번의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의기소침할 때 다음 프로젝트는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준비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런 실패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새로운 도전의 초석이 된다.

셋째, 감정은 기억을 떠올리는 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즐거운 감정일 때는 유쾌했던 기억을 더 많이, 속상한 마음일 때는 과거에 상처를 받았거나 힘들었던 기억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자기 개념과 자기 체험이 일치하는 교육은 통합적인 감정 능력을 배양하는 정서적 체험이 중요하다. 이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또한 타인에 대한 연대감을 높이게 될 것이다. 특히 긍정적인 정서로 자기 개념을 키우는 교육에 집중할 때 우리는 아이들이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감정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